
더욱이 업체와 피해소비자가 이물질 혼입경로에 대해 각기 상반된 주장을 펼친 가운데 사건은 유야무야 마무리 된 상황이어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 주부 "엄마인 내가 이물질을 넣고 신고했겠느냐"… '울분'
주부 오모씨는 최근 자녀에게 먹일 분유를 타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분유 속에서 철 수세미 조각의 일부로 보이는 상당한 길이의 철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오씨는 매일유업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이후 업체직원 A씨가 오씨의 집을 방문해 이물질과 분유를 수거해 갔다.
그런데 A씨는 "검사 결과가 나오기 까지 3주 정도 소요된다"는 말 이외에 사과를 비롯한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씨는 불쾌했지만 참았다.
2주 뒤 오씨는 업체 측으로부터 공정과정 중 '쇠'가 혼입될 수 없으며 분유에도 이상이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사결과 공문을 받았다.
오씨가 공개한 업체 측의 이물질 성분분석에 따르면 분유 속 이물질은 철 수세미의 일부분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오씨가 가정에서 철 수세미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오씨의 실수 또는 외부인이 의도적으로 넣은 경우의 수를 배제한다면 당연히 제조공정에서 유입된 상황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오씨는 "엄마인 내가 자식이 먹는 분유에 이물질을 넣고 신고했겠느냐"며 "아이의 건강에 대한 걱정 한 마디 없는 업체 측의 태도에 더욱 화가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매일유업 측은 제품제조공정상의 무결함을 강조 하며 사건이 원만히 해결됐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
♦ "제조 공정상 이물질 혼입 가능성은 매우 낮아"
이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가 발견한 이물질은 철 수세미의 일부로 추정된다"며 "금속탐지기는 물론 3~4번의 미세한 거름망을 거치는 제조 공정상 해당 이물질이 혼입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부주의를 포함한 외부요인에 의해 이물질이 혼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읽힌다.
아울러 그는 방문직원의 태도에 대해 "당시 소비자가 화가 많이 난 상태라 오해가 있었던 부분인 것 같다"고 두둔한 뒤 "소비자가 우리의 설명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제품 안전에 더욱 힘 써 줄 것'을 당부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입장을 종합하면, 철 수세미의 출처는 그야말로 '오리무중'. 사건을 파헤치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도 전무해 이번 사건은 그대로 땅속에 묻힐 공산이 크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면밀한 재조사 및 내용공개를 업체 측에 요구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소비자는 "어린 아이들이 섭취하는 제품에서 문제가 불거진 만큼 업체 측은 제품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유사사건이 재발할 수도 있는데,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철 수세미 부식상태를 보면 유입시점이 확인될 텐데 뭔가 (업체 측이) 숨기려고 하는 것 같다"며 "업체 측은 당장의 이미지관리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매일유업은 지난해 10월 자사 제품에서 '녹슨 못'으로 추정되는 이물질과 '애벌레'가 각각 발견돼 한바탕 홍역을 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