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박모씨는 김치냉장고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혼수로 장만한 삼성전자 김치냉장고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여름. 냉장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새로 담근 김치가 '신 김치'가 되기 일쑤였다.
A/S를 받은 결과 김치냉장고 내부에 부착된 가스통 문제로 확인됐다. 하지만 부품특성상 수리는 불가능했고 박씨는 어쩔 수 없이 제품자체를 '통째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혼수'라는 의미로 인해 박씨는 동일 모델로 교환받기를 원했지만 해당제품은 이미 단종 돼 불가능했다.
박씨를 특히 분노케 한 것은 환불이 되더라도 그 금액에서 감가상각비용이 '마이너스' 된다는 것. 무상보증기간도 이미 지난 상태였기에 박씨는 답답해했다.
◆ 제품단종에 따른 피해에 노출된 소비자들
박씨는 "제품 자체의 결함으로 교환을 요구하는 것임에도 감가상각비용을 제한 나머지 금액만 환급해 준다고 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한 처사"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감가상각비용을 제한금액을 환급해야 하지만 이번 소비자의 경우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단종가 금액에 해당하는 만큼 추가로 보상해서 환급했다"고 말했다.
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하 분쟁기준)이 소비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것을 일부 인정한 셈이다.
분쟁기준에 따르면 김치냉장고의 경우 품질보증기간(1년) 경과 시 유상수리를 받을 수 있으며, 수리가 불가능할 경우 감가상각한 금액에 10%를 가산하여 환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다. 소비자의 과실이 아닌 제품자체 하자로 인한 경우에도 감가상각비용 대목이 탄력없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박씨의 사례처럼 제품 단종으로 인해 다른 제품을 구입할 시 추가비용에 따른 지출을 소비자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상황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소비자는 "수리만 가능하다면 어떤 전자제품이든 최소 5~6년은 거뜬히 쓸 것"이라며 "제품을 새로 장만 하려면 당장 몇 십 만원을 지출해야 하는데 이러한 지출은 가계에 부담을 준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분쟁기준에 명시된 '수리가 불가능한 제품의 환불규정' 자체를 재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게 일고 있다.
작장인 윤모씨는 "분쟁기준에 교환 및 환불기준이 명시돼 있어 그 어떠한 억울한 상황에서도 소비자가 기댈 곳이 없다"며 "다른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제품하자로 인해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는 감가상각을 적용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 등을 고려할 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분쟁기준과 관련된 논란은 장시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