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정우 기자] 정부의 중도금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청약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이 기대되는 곳에는 여전히 청약자가 몰리고 있지만, 비인기 단지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것.
20일 금융결제원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시작해 중도금 대출 규제 대상이 된 전국 16개 아파트 단지 중 9개 단지(56.3%)가 1순위에서 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입주자 모집공고를 마쳐 대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12개 단지 중 1순위 마감 단지 수가 10개(83.3%)에 달하는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반면 수도권 공공택지 등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되는 아파트에는 여전히 청약자들이 몰려 1순위 마감이 속출했다.
호반건설이 지난 7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고 13일 공급을 시작한 경기도 고양시 향동공공택지지구 '고양 향동 호반베르디움'은 대출 규제 대상에 해당됨에도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4.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일반분양 물량 1542가구에 3만7613명이 접수했고 분양 대기자도 1500명에 달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C-2블록에서 중대형 271가구를 공급한 '한양수자인2차'도 총 6547명이 신청해 평균 24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또 지난 8일 청약한 '세종 신동아 파밀리에'는 청약 경쟁률 평균 201.7대 1, 최고 2097대 1을 기록했다. 중도금 대출 규제 대상이지만 세종시 우선공급 대상 자격이 기존 100%에서 50%로 완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구 남쪽에 위치해 지리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평가되던 화성 동탄2 신도시 '제일풍경채'도 1순위에서 전 가구가 마감됐다.
반면 택지지구가 아니거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아파트는 청약 미달을 면치 못했다.
SK건설이 지난 14∼15일 청약한 인천 연수구 송도에서 분양한 'SK뷰 아파트' 2053가구는 1순위는 물론 2순위에서도 273가구가 미달됐다.
이달 5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해 대출 규제 대상이 된 용인 기흥구 신갈동 신흥덕 '롯데캐슬레이시티'는 총 1584가구중 351가구를 2순위에서도 채우지 못했다.
역시 대출 규제 대상인 용인 수지구 신봉동 '동도센트리움'도 총 184가구 중 84가구가 2순위에서도 미달해 청약률 52.7%에 그쳤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정부 규제에 따라 중도금 대출 건수 1인당 2건, 총금액 6억원(지방 3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수요자들이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곳에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당첨이 됐다가 대출이 제한돼 중도금 대출을 못 받게 되면 통장 1순위 자격만 잃게 될 수 있어, (수요자들이) 종전처럼 자유롭게 청약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여러 아파트에 청약을 시도하기보다는, 입지 여건이 좋고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단지에만 청약하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