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발권력으로 18조 대출…사상최대
[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중소기업 지원이나 회사채 시장 정상화를 위해 빌려준 자금이 18조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사상최대 규모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은행의 대출금은 17조9869억원으로 9월말보다 3조8139억원 늘었다.
한은의 대출금은 종전 사상최대치였던 1992년 9월의 17조6365억원을 뛰어넘었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71년 1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은의 대출금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월에도 15조원대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11월에는 13조원 수준이었다.
한은의 대출금 증가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가 증액된데다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에 대출을 해준 영향이다.
지난달 말 한은 대출금 중 금융중개지원대출 규모는 14조5556억원으로 사상최대치로 집계됐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지난 8월 13조6805억원에 달한 이후 3달째 사상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고자 한은이 연 0.5∼1.0%의 저금리로 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한은 측은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지난 4월부터 한도를 종전 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늘렸다. 일부 지원프로그램의 대출금리도 0.25%포인트 내렸다.
이와 함께 한은 측은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에 따라 산업은행에 3조4313억원을 대출해줬다.
산업은행은 한은 대출금을 통안증권으로 운용하면서 금리차로 5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회사채 시장을 지원하게 된다.
발권력을 동원한 한은의 대출금이 급증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승인 등의 검증 없이 금융통화위원회 의결만으로 결정되는 발권력 동원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이 늘린 금융중개지원대출도 부당하게 집행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등 부당하게 집행된 금융중개지원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