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되나…국고채 10년물 격차 6bp까지 줄어
[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바짝 좁혀져 역전 상황이 연출될지 주목된다.
8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20∼30bp 수준에서 움직이던 한국과 미국의 10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 격차가 최근 6bp 내외까지 줄었다.
지난 2일(한국시간) 한국 10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연 2.33%, 미국은 연 2.265%로 금리차이는 6.5bp에 불과했다.
한국의 채권금리가 꾸준히 하락추세를 보인 반면에 미국 채권금리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오름세를 지속한 결과다.
국내 채권시장 금리는 수급, 경기 상황, 한국은행 기준금리 조정 등의 영향을 받아 등락하게 된다.
최근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으로 인한 국내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6∼7월께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은 최근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연내 금리 인상 방침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데다 독일 국채금리 급등 등의 영향을 받아 금리가 오름세를 나타냈다.
통상 채권 금리는 5∼6개월 전부터 기준금리 조정 방향을 반영해 움직인다.
양국 간 통화정책이 상반된 방향으로 전개될 경우 금리격차가 더 줄거나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추세는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대한 기대가 커진 오는 11일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이달에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최소한 7∼8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한미 간 채권 금리는 과거에도 역전된 사례가 있다. 2004년 8월13일 국고채 10년물의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진 뒤 상당 기간 역전 추세가 이어졌다.
당시는 미국 연준이 저금리 기조에 마침표를 찍고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때다. 한국은 카드사태 등의 여파로 기준금리를 내리는 등 양국 중앙은행이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2006년 5월에도 양국 간 금리가 역전됐었다.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해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
상장채권을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원화채권 규모는 지난 4월말 102조7000억원이고, 이중 미국계 몫이 18조7000억원(18.6%)어치로 가장 많다.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의 해외 채권투자 자금이 회수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간 금리 역전은 원화채권 시장에서 미국계 자금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