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은행권 '부실기업 쓰나미' 밀려온다
[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저금리 압박에 시달리는 은행권에 '부실기업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건설, 대한전선, 모뉴엘 등 악재가 발생하면서 은행권 전체로 1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던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부실기업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른 기업은 경남기업이다. 전날 러시아 유전개발, 아프리카 니켈광산과 관련된 비리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경남기업은 대표적인 '좀비기업'으로 불릴만한 부실기업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수년간 2조2000억원의 자금을 채권단이 쏟아 부었는데도 회생 조짐이 안 보이는 경남기업은 전액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될 위험에 처했다. 건설경기 침체를 이겨내지 못해 2013년 3109억원, 지난해 1827억원의 연속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서는 2300억원이 넘는 추가자금 지원이 필요하지만 채권단 내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부정적인 기류가 지배적이다.
대한전선도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험에 처했다. 채권단은 2012년 자율협약 후 △대출 7000억원 출자전환 △5200억원 신규대출 △지난달 1600억원 추가대출 결의 등 1조원이 훨씬 넘는 금액을 대한전선에 지원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 분식회계 혐의로 채권단에 2000억원 이상의 평가손실을 안기더니, 결국 대부분의 자본이 잠식돼 거래소가 관리종목 지정을 경고했다. 이후 부실이 더 쌓이면 상장이 폐지돼 채권단이 보유한 출자전환 주식은 '휴지조각'으로 변하게 된다.
조선 분야 부실기업은 사정이 더 안 좋다. 2010년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에 들어간 후 5년 동안 6000억원 가량의 지원을 받은 SPP조선은 최근 485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구했다. 세계 조선업의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경영난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결국 정부 소유 은행과 기관들만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지원 여부도 불투명하다. SPP조선처럼 2010년 자율협약에 들어간 성동조선은 '덩치'가 훨씬 큰 탓에 지금껏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선박 건조자금이 필요하다며 최근 채권단에 420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채권은행 부행장은 "도대체 언제까지 지원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지원을 계속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지역경제나 일자리 문제도 고려해야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건전성 유지가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순익이 급감한 지난해 4분기와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해 3분기 1조7000억원이었던 은행권 순익은 4분기 80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우리은행은 1630억원의 적자까지 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한계기업이 자꾸 늘고 있어 부실기업 문제는 잇따라 불거져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부실기업을 신속히 처리하고 싶어도 정치권, 금융당국 등에서 무언의 압력이 들어와 말처럼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신임 금융위원장이 우리은행의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을 추진한다고 했는데 부실기업을 자꾸 지원하면 기업가치는 어떻게 올라가느냐"며 "기업대출의 부실은 결국 가계대출 부문의 이익으로 메워야 하는 만큼 은행권 부실기업 문제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