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사랑하지만…" 병시중 70대의 극단적 선택
[컨슈머타임스 이수영 기자] 병시중을 들던 70대가 아내를 살인한 사건이 발생했다.
29일 경찰과 이웃 주민 등에 따르면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A씨 부부는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어려울 것이 없었다.
A씨는 명문대를 나온 뒤 대기업에 다니던 아들 등 자식들과 왕래도 잦았다는 것이 이웃의 설명이다.
그러던 지난 2013년 아내 B씨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B씨는 쓰러진 이후 요양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A씨는 극진히 아내를 보살폈다. 그러나 아내는 식물인간 상태였던 터라 어떠한 대화도 나눌 수 없었다.
지난 19일 A씨는 돌연 자식들의 만류를 물리치고 요양병원에서 아내를 퇴원시켜 집으로 옮겼다.
아내가 퇴원한 지 3일째인 22일 오후 A씨는 아내를 목 졸라 살해했다. 그 자신도 제초제와 살충제를 섞어 마셔 자살을 기도했다.
A씨의 행동은 충동적이지 않았다. 2주 전 제초제와 살충제를 구해 놓았던 것이다.
그는 독약을 마시며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제 다 끝났다"는 말을 남겼다.
황급히 집으로 찾아간 아들은 이미 숨을 거둔 어머니와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아버지를 발견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치료 끝에 목숨을 건져 홀로 남게 됐다.
A씨는 26일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할아버지의 사정은 딱하지만 제초제를 미리 준비했던 점에서 계획된 범행으로 보여 실형이 불가피해 구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면 또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어 격리 상태에서 마음의 정리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홀로 남은 A씨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게 되겠나'라고 생각해 결심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연명 치료를 끊는 게 아닌 비윤리적인 살인을 했다는 점에서 존엄사라고 부를 수 없다"면서도 "다만 A씨의 상황이나 심정은 마음 아픈 울림을 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평균 수명이 늘면서 존엄사는 누구나 부딪칠 가능성이 큰 문제"라면서 "이제는 '웰다잉'(well-dying) 혹은 품위 있는 죽음인 존엄사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