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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여헌우 기자] 한전부지를 둘러싸고 국내 재계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간 한판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전부지 개발에는 10년간 10조원 이상의 막대한 돈이 투입돼야 하지만, 최소 2조원 가량 적자가 나는 '최악의 투자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한전부지 인수전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한 대형 컨설팅업체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부지 인수에서 개발까지는 최소 10조원 이상이 투입돼야 한다. 상업 목적으로 투자할 경우 2조원 가량의 손실이 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전부지의 입찰 하한가는 3조3346억원이다. 면적은 7만9342㎡로 축구장 12개를 합친 정도 크기다.
여기에 부지 매입자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의 종상향에 따른 공공기여(기부채납)로 땅값의 40% 안팎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는 매각 하한가를 기준으로 할 때 1조3400억원에 달한다.
용적률 800%를 최대한 활용해 지상과 지하를 합쳐 총 연면적 30만평 규모의 건축물을 짓는다고 가정했을 때 공사비로 3.3㎡당 1000만원을 적용하면 건축비는 3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금융비용과 세금, 각종 부대비용 등 2조원을 추가할 경우 총 사업비는 최소 9조6000억원 가량이다.
한전은 입찰 공고에서 하한가 이상 가격을 적어낸 응찰자가 2곳 이상일 경우에만 유효 입찰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토지 매각 가격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 총 개발 비용은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한전부지를 개발하려면 서울시와 공공기여 및 인허가 협상이 선행돼야 한다"며 "잠실 롯데월드타워처럼 인허가 과정이 지연되면 투자비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한전부지에 들어설 업무·상업시설, 컨벤션시설, 관광숙박시설 등을 미래의 한 시점에 매각한다고 가정할 경우 수익은 8조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했다.
평균 시세를 현재의 3.3㎡당 1800만∼1900만보다 35∼45% 이상 오른 2600만원 정도로 환산해도 거둬들일 수 있는 분양 수입은 7조8000억원이라는 것이다.
한전부지를 상업 목적으로 개발할 경우 10조원 가까운 자금이 장기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장기 무수익 자산'으로 묶일 뿐 아니라 완공 후 임대료 수익을 내거나 직접 시설을 운영하더라도 투자비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업체의 결론이다.
2일 현재 삼성그룹은 한전부지와 관련해 입찰 참여 여부를 비롯해 청사진 등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현대차는 오는 2020년까지 현대차 계열사들이 입주할 수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짓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런 가운데 삼성과 현대차가 각각 한전부지 개발에 뛰어들 경우 자금 조달 방식에도 이목이 모인다.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앞세워 한전부지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올 상반기말 기준 삼성전자가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31조4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7조원대로 떨어지는 등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점이 변수다.
삼성전자가 한전부지를 인수해 개발하더라도 운영은 호텔신라와 등이 맡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 본연의 사업목적과 관련이 없고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선뜻 참여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단독으로 입찰에 뛰어들거나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력 계열사를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 등은 17조6000억원 정도로, 인수 후 1년 내 납부해야 할 부지 인수비용 등을 내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대차 역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원·달러 환율 하락 여파로 2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이는 등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어 단독 참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