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KB금융그룹의 내분 사태가 심화되면서 이익 규모가 급격히 줄어 더이상 리딩뱅크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KB 안팎에서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속히 경영 정상화를 이루고 KB의 경쟁력 회복에 매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국민은행은 '리딩뱅크'라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적지 않은 이익 규모를 자랑했다.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특히 2007년에는 사상 최대인 2조7738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다.
이는 당시 2위인 신한은행 2조532억원이나 우리은행 1조7774억원, 기업은행 1조1679억원, 하나은행 1조517억원 등의 이익 규모보다 훨씬 많은 것이었다.
하지만 7년이 흐른 지금 국민은행은 '꼴찌 뱅크' 수준으로 추락했다.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5462억원에 불과해 우리은행(5267억원)과 더불어 순익이 가장 적었다.
신한은행의 순이익 8421억원에 훨씬 못 미치고 총자산 규모가 국민은행보다 훨씬 작은 기업은행 5778억원 보다도 이익 규모가 작다.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293조원으로 기업은행226조원보다 훨씬 크다.
하나금융지주 산하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순이익을 합치면 8658억원에 달해 국민은행을 훨씬 앞서게 된다.
국민은행은 올해 6월말 기준 점포수 1157개, 인원수 2만1396명으로 외형상으로는 국내 최대다. 수익성 면에서는 꼴찌 수준으로 전락했다.
국민은행 위기는 예금과 대출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민, 우리, 신한, 기업, 하나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총대출 시장 점유율을 보면 지난 2012년 말 25.6%에 달한 국민은행의 점유율은 올해 6월말 24.5%까지 떨어졌다. 총수신 시장 점유율도 하락하기는 마찬가지다.
KB금융 안팎에서는 금융지주 체제 출범 후 계속 이어져 온 관치금융의 후유증을 KB금융 추락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지난 2008년 9월 금융지주 체제가 출범한 후 1대 황영기 회장부터 2대 어윤대 회장, 3대 임영록 회장에 이르기까지 금융당국의 제재가 잇따르고 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등 관치금융의 문제점이 심각했다는 지적이다.
현 체제에서도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쿄지점 부실대출, 카드사 정보 유출, 주전산기 교체 논란 등으로 수십명의 임직원이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은 상황이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까지 드러나자 실망감은 한층 더 커졌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화해의 손을 맞잡으러 간 템플스테이에서 갈등을 빚었다.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KB금융과 국민은행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킨 점 등은 세간의 비판을 사고 있다.
일본 금융청은 국민은행 도쿄∙오사카지점에 대해 4개월 동안 신규영업을 못 하게 하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렸다.
KB금융그룹이 해외에 진출할 때 불이익을 겪고 국제적인 신인도마저 하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금융 환경에서 최고 경영진마저 저런 모습을 보이니 한심한 생각이 든다"며 "최고 경영진이 진정 회사를 생각한다면 양보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미 이들의 갈등 골이 수습하기 힘든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지금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책임지고 물러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