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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애리 기자] T.S.엘리엇의 소설 '황무지'에 등장하는 무녀(巫女) 시벨리는 고령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녀는 자신을 총애하는 태양신 아폴론에게 무한한 삶을 달라는 소원을 빌었고 영생을 얻는다. 그러나 '어떻게' 살 것인지 대한 지혜가 없었던 시벨리는 결국 죽기만을 바라며 괴로운 생명을 이어나간다.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빈곤하다. 2011년 기준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6%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2위 아일랜드(30.6%)보다 10%P 이상 높고 OECD 평균(13.5%)의 3배가 넘는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을 통한 고령화 시대 대비책의 일환으로 '100세 시대를 대비한 금융의 역할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세부 내용으로는 △가입 연령을 높인 '노후 실손의료보험' △간병·치매관리·호스피스·장례 등 노후용 현물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신 건강종합보험' △ 공적·사적 연금가입정보를 한번에 조회할 수 있는 '종합연금포털' 개설 등이다.
이 중 노후 실손의료보험은 내년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가입 연령이 현행 최대 65세에서 75세까지로 늘어남에 따라 노인의 보험 가입 기회가 확대된다.
문제는 정책의 실효성이다.
먼저 실손보험료 자체가 비싸다. 65세 남성 기준 실손보험료는 1개월에 약 20만원 선이다. 정부는 보혐료를 현행 대비 70~80% 수준으로 낮춘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일정한 소득이 없는 대부분의 노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또 정부는 보험료를 낮추는 대신 자기부담금(보험액 지급 기준 미만의 의료비) 규모를 높이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의 소비자 부담비율을 30%까지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가 내는 보험료는 조금 싸지는 대신 병원에 가서 지불하는 병원비는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이렇다 할 혜택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금융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가난한 노인들이 매달 수십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내며 수 십년간 계약을 유지하기는 것은 힘들다는 것. 질병의 종류와 경중에 따라 기존 보험상품보다 혜택을 덜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높은 보험료 부담 없이 가입할 수 있는 실손의료보험 상품을 개발했다지만 정작 노인들에겐 혜택과 거리가 먼 '그림의 떡'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노인빈곤율 1위 국가라는 현실을 고려해 실효성과 효율성을 갖춘 노후 대비용 금융정책을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