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의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6월부터 11월까지 기준금리가 2.5%에 동결되는 동안 금융통화위원회 의결 결과는 항상 만장일치였다.
지난 2년간의 결과를 보더라도 만장일치 합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작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23번의 기준금리 결정 가운데 반대 의견이 있었던 것은 7번에 그쳤다. 나머지 16번은 모두 만장일치였다. 7명이 모여 매번 같은 의견을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말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미국을 보자. 한국의 금통위 본회의 격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결과가 나왔던 적은 지난 2년간 단 한번도 없었다.
같은 기간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차례나 낮췄지만 FOMC는 지난해 9월 제3차 양적완화를 개시한 단 한번을 제외하고는 정책의 변화가 없었다.
단순히 정책 변화 횟수만 놓고 비교했을 때도 금통위에서 의견차이가 발생할 확률이 더 높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물론 두 기관이 처한 상황이 다름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금통위원 7명의 사무실은 모두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에 있다. 층도 비슷해 원하면 언제든지 만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자연히 통화정책에 있어서도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밖에 없다.
FOMC는 조금 복잡하다. 일단 회의 의결권이 12개로 금통위 7개의 약 2배다. 이중 7개를 행사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위원들은 모두 워싱턴에 모여있다. 하지만 나머지 4개의 투표권을 나눠갖는 12명의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은 미국 땅 전역에 흩어져있다.
몸도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각 지역별 상황도 다르고 사람 수도 많다보니 그만큼 의견이 갈릴 확률도 높다.
게다가 통화정책에 대해 개별적인 의사를 밝히는 것이 사실상 금지된 연준 위원들과 달리 지역 연은 총재들은 공개석상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다. 이것이 때론 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하고, 때론 호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의견을 내더라도 불협화음이라고 꼬집어 비판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인한 충격을 점진적으로 시장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마치 신용평가사들이 기업의 신용등급을 매기고 '부정적' 혹은 '긍정적' 등의 꼬리표를 붙이는 것과 같은 효과라 할 수 있다. 본격적인 통화정책 변화에 앞서 이를 미리 예고함으로써 충격을 덜어주는 것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수차례 강조했던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포워드 가이던스란 중앙은행이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기준이나 목표가 되는 지표를 공개적으로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금통위원들의 대외 발언이 적절히 이뤄진다면 통화정책 변경에 따른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