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가 이제는 '돌직구'를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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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가 이제는 '돌직구'를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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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유현석 기자] 야구에서 '돌직구'라는 말이 있다. 투수가 던지는 공이 돌처럼 묵직하고 빠르다고 해서 만들어진 말이다. 말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는 뜻으로 최근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증권사들이 '돌직구'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저점을 찍고 개선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투자의견 '매수'라는 말이 붙어있다. 부정적인 보고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역시 "그 부분은 말하기가…", "실적이 안 좋게 나온거 같기는 한데…익명으로"라는 식으로 한발짝 발을 뺀다. 

지난달 JP모건이 삼성전자에게 던진 돌직구는 앞서 언급한 국내 증권사들의 행보와 정면으로 대비된다. 

JP모건은 스마트폰 부품 주문량을 근거로 갤럭시S4의 판매량이 예상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하면서 목표가를 하향했다. 이 영향으로 당시 주가는 6%넘게 빠지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이에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처음에 '과도하다'면서 주가 안정을 위해 보고서를 쏟아냈다.

하지만 지난 5일 삼성전자가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9조5000억원으로 JP모건의 예상인 9조7250억원과 비슷했다. 반면 국내 26곳의 평균 전망치는 10조2000억원으로 7000억원 정도의 차이가 났다.

이렇게 실적이 나오고 나서야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가와 영업이익을 줄줄이 낮춰 잡기 시작했다.

증권사가 솔직한 보고서를 내고 싶어도 못 내놓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과의 관계 때문이다. 애널리스트가 부정적인 보고서를 낼 경우 상대 기업에서 기업탐방을 거부한다거나 증권사에게 맡겼던 펀드나 주식을 다른 곳으로 옮겨버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정당한 이유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의 최우선 임무는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기업과의 관계로 인해 제대로 된 보고서를 내놓지 못하게 되면 그 피해는 온전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그렇게 되면 결국 투자자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멀리하게 될 수 밖을 것이다.

요즘에는 누구나 '돌직구'를 많이 던지고 있다. 진심으로 하고 싶던 말을 상대방에게 해주면서 통쾌함과 함께 그 사람이 진정으로 하고 싶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해주는 부분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이제부터는 기업을 위한 거품 낀 보고서보다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통쾌하게 만들어주는 '돌직구' 보고서를 통해 큰 신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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