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엔저 먹구름…'근본적 방어전략'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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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엔저 먹구름…'근본적 방어전략' 세워라
  • 이인화 기자 ih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5월 20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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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인화 기자] 100엔 돌파 가능성을 저울질 하던 달러-엔 환율이 102엔까지 치솟으면서 엔저가 본격적으로 한국 경제에 그늘을 드리웠다.

우리나라의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온갖 부정적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1월 이후 엔에 대해 원화 가치는 20%나 급등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엔화가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기 세력들은 엔화를 매도하고 달러를 사들이고 있고 미국의 자산매입 규모 축소 기대감도 높아져 엔저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120엔도 무리가 아니라고 예상하고 있다.

덕분에 일본 수출업체들은 매출이 증가하고 주가가 상승해 '휘파람'을 불고 있지만 한국은 원화의 평가절상과 수출 경쟁력 상실에 신음하고 있다.

엔저의 악영향은 여행수지에 먼저 나타났다. 올해 들어 일본 관광객은 20%나 감소해 올 1분기 여행수지는 7분기만에 가장 큰 적자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1분기 여행수지는 20억441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1년 2분기 이후 가장 큰 적자폭이다.

본격적인 엔저 공습에 하반기 경제도 비상이 걸렸다. 달러-엔 환율이 110엔을 넘어서면 우리나라 기업의 이익이 20조 넘게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엔저에 힘입은 일본업체들의 수출품 단가 인하율은 한국의 10배 수준이다. 특히 수출 경합도가 높은 철강, 자동차 품목의 단가가 인하돼 국내 수출 기업의 피해가 불보듯 뻔하다. 

그러나 이런 우려와 달리 정부는 속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엔저의 최대 피해국으로 지목된 상황에서도 정부는 적절한 대응책 없이 안이한 모습이다. 지난 8일 기획재정부가 구두개입에 나선 것이 전부이고 기준금리 인하도 엔저로 인한 악영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금융위기, 우리나라가 경제 위기상황에 닥칠 때마다 엔저는 우리 수출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하지만 그때마다 구체적인 정책지원이나 뾰족한 방안없이 논의만 했을뿐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때와는 다른만큼 환율전쟁에 버틸만한 확실하고 근본적인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 각국이 기준금리를 낮춰 환율 세계대전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엔저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한 대책은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체력 다지기가 무엇보다 급선무다.

기업은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 노력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정부는 수출 시장 다변화와 기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정책적 지원에 힘써야 한다. 언제 다시 우리를 괴롭힐지 모르는 엔저에 대비해 장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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