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화정책 수장의 '깃털'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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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통화정책 수장의 '깃털' 발언
  • 이은정 기자 ej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5월 13일 0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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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은정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5월 기준금리를 7개월 만에 전격 인하했다. 지난달에 이어 또 예측이 빗나갔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지난 9일 정례회의를 열고 5월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2.75%에서 동결하다 7개월 만에 깜짝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김중수 총재의 매파적 스탠스(입장)가 워낙 견고해 동결을 예측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통화정책이 충분히 완화적이고 금리를 어디까지 내리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등 김중수 총재의 입장은 꽤나 견고했다. 강한 매파로 분류돼 이번 금통위 때도 기준금리 동결을 이끌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반전이 숨어 있었다. 금통위 결정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총재는 이례적으로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1명만 소수의견을 내 6대1로 결정됐다"고 말하며 소수의견이 자신은 아니라고 밝혔다. 결국 김 총재는 금리인하에 표를 던진 것이다.  

그간 호키시한 멘트들을 쏟아내던 총재는 어디에 갔는지 모를 일이다. 불과 일주일도 안 된 지난 5일 김 총재는 인도 델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렸다"면서 "0.5%포인트는 굉장히 큰 숫자"라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가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이나 일본도 아닌데 (인하폭이 충분하지 않다면) 어디까지 가라는 것이냐"면서 여전히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달 금통위 때도 당정청의 금리인하 압박이 거셌지만 김 총재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동결 쪽에 손을 들어줬다. 이런 뚝심있는 모습이 한 달만에 변한 것이다.

4월과 5월 경제상황은 크게 바뀐 것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 시장, 국회 등 전방위에서 정책공조상 금리인하 압력이 거셌던 것은 동일하다. 다만 산업생산 지표가 부진했고 유럽, 인도에 이어 호주까지 금리를 인하해서 한은은 '마이웨이'를 고집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은 금통위원 7인 중 김 총재를 포함해 3명은 4월 금통위 때와 같이 동결 의견을 낼 것이며, 나머지 3명은 지난번처럼 인하 의견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자연스레 임승태 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고 강경 매파로 분류되는 임 위원이 마음을 바꾸기 쉽지 않아 동결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게 시장의 예측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시장은 뒤통수를 맞았다. 시장 뿐만이 아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금융연구원이 금통위 하루 전인 지난 8일 이례적으로 금리인하 압박 발언을 한 것을 보면 한은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 총재가 동결 쪽에 무게를 뒀다고 판단했다. 불과 나흘 전 김 총재의 발언에서 동결의 뉘앙스를 강하게 받았는데 며칠만에 그 발언이 깃털처럼 가벼워진 것이다.

물론 결과로만 놓고 본다면 늦었지만 이제라도 추경예산과 기준금리 인하라는 두가지 주요 거시정책 수단을 확보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중수 한은 총재의 기싸움으로 인한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도 없어질 것이다. 이제 힘을 합쳐 경제활성화 전면에 나서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를 떠나 과정에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 통화정책의 수장의 발언이 가볍고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그 말로 인해 경제상황을 판단하고 전략을 짜야하는 경제주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오해는 해당 기관도 경제주체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경제도 어려운데 쓸데없는 불안심리를 키우지 않도록 발언 하나하나에 무게감을 덧입혀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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