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이은정 기자] 기획재정부가 기준금리를 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행사하던 '열석발언권'을 포기하기로 했다. 정부와 한은 간에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겠다는 취지에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8일 "이달 11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 때부터 열석발언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금통위에 참석하지 않고도 (한은과) 소통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열석발언권에 따른 괜한 오해나 억측을 줄이려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열석발언권 포기는 기재부가 정례적 행사를 시작한 지 3년여 만이다.
열석(列席)발언권은 재의요구권과 함께 정부가 한은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양대 권리 중 하나다. 한국은행법 제91조에 따라 기재부 차관이나 금융위 부위원장이 금통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는 권리다.
단순히 말할 수 있는 권리이고 법이 정한 권리인데도 한은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기재부의 이번 열석 포기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기재부 내에서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경기고, 서울대 3년 선배이자 박사과정(펜실베이니아대)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까지 선배인 김중수 총재를 배려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 수장의 관계에 비춰 열석 없이 전화 한 통으로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통위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한 만큼 당분간 열석발언권을 행사하지 않겠지만 옛날처럼 필요할 때 열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택적 행사 때에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금리를 놓고 민감한 시기에 참석한다면 오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계기로 열석이 아예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는 해석도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정부나 기재부 장관, 한은 수장이 바뀔 때 법정 권리의 행사 여부나 방식을 수정하는 모습은 제도의 불안정성과 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