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김태환 기자] "소비자들에게 왜곡된 정보가 제공돼서는 안 된다." (녹색소비자연대 박명희 대표)
자라, 유니클로, 에잇세컨즈 등 국내∙외 수입 제조·유통일괄형(SPA) 의류업체들이 사설 소비자문제 연구소의 왜곡된 조사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SPA업체 상당수가 A/S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들의 주장이 상당부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본보 취재결과 확인됐다.
◆ 서울 중랑구 소비자 박모씨의 과실도 업체 측 책임?
12일 '○○○리서치'는 '수입 SPA브랜드 망가지면 버려야 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자료는 소비자들의 피해사례로 시작했다.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사는 박 모씨는 유니클로에서 구입한 바지를 입고 다니다 본인 과실로 바지가 찢어지는 피해를 당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수선을 요구한 박 씨에게 "바지 길이를 제외한 수선은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자료가 재차 언급한 서울 광진구 김 모씨의 피해사례도 박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갭(GAP)에서 구입한 트렌치코트를 입은 채로 박스를 들다가 팔 뒷부분이 뜯어져 업체 측에 A/S를 의뢰했으나 거절당한 상황을 담고 있다.
두 사례는 바지나 코트의 훼손범위나 그에 따른 수선 가능여부, 원단의 종류 등을 공통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박씨는 "본사차원의 A/S센터가 없어 수선이 불가능하다"고, 김씨는 "사설 수선업체를 통하면 유상으로 가능하다"고 각각 업체 측의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직후 자료는 '수입 SPA브랜드들의 A/S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공식 A/S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있고, 매장들은 A/S를 아예 원천봉쇄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본보 취재결과 실제 현장상황과는 차이가 컸다.
자료가 지목한 유니클로, 갭, 자라, H&M등 업체들은 국내 중소 의류업체들과의 계약을 통해 각종 A/S를 진행하고 있었다.
실제 기자가 이달 초 자라와 H&M등에서 제품을 구매한 뒤 제품하자에 따른 수선을 매장 측에 의뢰한 결과에서도 가능했다. 'A/S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자료의 주장이 사실상 허위인 셈이다.
다만 제품 고유의 디자인이나 원단의 특성으로 인해 모든 종류의 수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의류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모 SPA매장 관계자는 "의상 디자인이 워낙 강조되는 추세다 보니 제품 박음질도, 원단도 담당 디자이너의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이라며 "때문에 소비자 과실로 입고되는 제품들을 유상으로 처리(수선)한다 해도 기술적인 이유로 인해 (수선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풍경은 의류 외에도 피혁, 신발 등 특정 제품군에서도 포착할 수 있다.
구매한지 수년이 지난 '낡은' 가죽가방에 새 가죽을 덧대 수리를 하면 오히려 가방자체의 디자인과 내구성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제품자체 결함으로 인정되는 경우 환불은 물론 무상수리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자라는 최근 남성 청바지류의 지퍼가 보행 중 열리는 문제가 연이어 발생된 데 대해 각 매장별로 환불이나 수선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들이 A/S를 아예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자료의 호언이 설 자리를 잃는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품질보증기간 1년 이내 제품 하자가 발생되면 교환 및 환불처리를 하고 있다"며 "고객 과실로 인한 제품손실이 생긴다 해도 각 매장마다 사설 수선업체를 선정해 유료 AS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품질과 성능을 포괄한 제품자체 결함이나 수선가능한 범위의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경우 SPA업체들을 통해 유∙무상 A/S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 ○○○리서치 "일부 매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일 뿐"
공교롭게도 제일모직의 SPA브랜드 '에잇세컨즈'가 이번 자료의 최대 피해자로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경쟁사인 이랜드리테일의 'SPAO'나 ㈜코데즈컴바인의 '코데즈컴바인'은 공식 A/S센터를 운영하는데 반해 에잇세컨즈는 '그렇지 않다'고 자료가 못을 박아버린 영향이다. 수입 SPA업체들과 더불어 국내 토종기업이 소비자들의 피해에 귀를 막고 있다는 의미로 읽혀 에잇세컨즈를 궁지로 몰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구입한 제품에 대해 A/S가 안 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조사내용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선실 형태의 공식 A/S센터가 존재하느냐를 기준으로 A/S 실행여부를 따지는 것은 상식 밖"이라며 "고객상담실을 운영하면서 교환이나 수선, 환불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을 상대로)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는 식으로 오해를 받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리서치'는 SPA업체들이 직접 수선실을 운영하지 않으면 A/S를 안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며 "소비자들은 똑똑하다. 우리가 지금까지 그래왔다면 한국소비자원에 불만제보가 쇄도했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녹색소비자연대 대표인 동국대학교 박명희 교수는 "어떤 형태로든지 기업이든, 소비자든 진실된 정보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왜곡된 정보가 제공돼서는 안 된다. 기업과 소비자간의 신뢰를 위해 (진실된 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소비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제품훼손은 품질보증기간이라 할 지라도 유상수리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비자가 지불해야 한다. 이후 선별적으로 수선이나 제품교환절차가 진행된다.
['○○○리서치 SPA브랜드 보도자료' 관련 반론보도문]
본 인터넷 신문은 2013년 3월 13일자 「"SPA브랜드 AS불가" 보도자료 왜곡…업체 '신음'」제하의 기사에서 '○○○리서치'가 배포한 보도자료가 '수입 SPA브랜드들의 A/S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식 A/S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있고, 매장들은 A/S를 아예 원천봉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 제품자체 결함이나 수선 가능한 범위의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경우 유·무상 A/S는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어 보도자료의 일부 사실이 허위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리서치'는, 해당 보도자료는 SPA 브랜드의 제품자체 결함에 따른 A/S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 의무규정이 있어 해당 보도자료에서 거론하지 않았고,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용하다가 훼손됐을 경우 SPA브랜드 업체들이 일부 사설 A/S센터를 지정하고 있으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아 A/S를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