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욕만 앞서는 신년계획 '욕심' 은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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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욕만 앞서는 신년계획 '욕심' 은 버리자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1월 02일 0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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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어릴 적 새해가 되면 흰 도화지 위에 1년 동안 실천할 계획을 빼곡히 적곤 했다. '매일 줄넘기를 500개씩 하겠다', '일주일에 3권 이상 책을 읽겠다'는 식이었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도화지는 어디로 사라지고 스스로의 다짐은 까맣게 잊었다.

매년 실행에 옮기지도 못할 일들을 쓰고 또 썼다. 벅찬 계획만 세우다 보니 금새 지치고 포기도 빨랐다. 스스로의 능력과 주위 환경은 고려치 않은 채 '욕심'만 부린 것이 문제였다.

계사년(癸巳年) 새해가 밝았다.

정부는 '201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 3.1%나 국제통화기금(IMF)의 3.6%보다 낮다. 한국은행의 예상치 3.2%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찬바람이 계속 불 것이라는 얘기다.

기업들은 대내외적인 '위기'를 고려해 2013년 경영계획을 내놓고 있다.

삼성은 '도전'과 '혁신'을 화두로 올해 '또 다른 시작'을 위한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한다. 지난해 삼성전자를 앞세워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했지만 "자만하지 말라"는 이건희 회장의 주문은 계속 되고 있다.

LG는 '글로벌 시장 선도'를 목표로 세웠다. 구본무 회장은 "어려울 때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며 임직원들에게 더욱 힘차게 뛸 것을 강조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품질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해외시장에서의 성장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품질의 안정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되고 중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경기회복이 불확실한 것으로 예상되면서 철저한 준비를 다짐했다.

SK는 '동심동덕(同心同德)'을 새해 경영화두로 제시했다.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 기업가치 300조원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다.

목표를 크고 높게 잡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다. 다만 계획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무리하게 채찍질만 하다 보면 '할 수 있다'는 의지 마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벅찬 계획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서는 안 된다. '이루지 못했다'는 좌절감보다 '해냈다'는 성취감이 더욱 필요한 때다. 기업도 개인도 마찬가지다.

흰 도화지 대신 빈 컴퓨터 화면을 띄어 놓고 다시 차근차근 신년 계획을 써내려 간다. 당초보다 '욕심'을 절반 덜어내니 마음이 훨씬 편하다. 실천의지는 두 배로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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