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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된 상품을 확인하자 마자 인상이 찌푸려졌다. 마감상태는 불량했고 옷감도 방송에서 보여지던 것 보다 저질이었다. 당장 반품을 결정했다.
홈쇼핑 업계에 납품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CJ오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의 상품기획자(MD)와 납품업체간 비리가 없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최근 납품업체로부터 억대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모 홈쇼핑 전 편성팀장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A씨는 특정 상품을 일명 '황금시간'대에 배정해주는 등 편의를 봐주고 납품업체로부터 1억 원을 차명계좌를 통해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9월에도 검찰은 납품업체로부터 방송 편성 등 청탁을 받고 4억2700여 만원을 챙긴 혐의로 홈쇼핑 MD B씨를 구속기소했다.
홈쇼핑 업체 MD는 수 많은 제품 중에 어떤 상품을 판매할지 결정한다. 상품 방송 시간대 편성에 대한 권한도 갖고 있다.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막강한 '권력자'다. '갑(甲)'의 위치에 있는 MD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노골적으로 뒷돈을 요구해도 납품업체는 거절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방송용 세트 제작비, 게스트 초청비 등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사례도 업계에서는 더 이상 '특수'한 경우가 아니다.
문제는 이런 잘못된 관행으로 인한 피해가 납품업체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것이다.
MD에게 각종 향응을 제공하면서 홈쇼핑 납품에 따른 수익을 남기려면 제품 제조원가 등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상품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소비자 불만은 증가하게 된다. 업체가 다시 홈쇼핑 납품 계약을 시도할 때는 더욱 철저하게 '을(乙)'이 되는 구조다.
홈쇼핑 업체들은 유통단계를 줄여 소비자에게는 거품을 뺀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고 기업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겠다며 출범했다.
이제 초심은 온데간데 없다. 각종 납품비리로 얼룩진 모습뿐이다.
MD의 권한을 분산해 '갑'의 횡포를 막아야 할 때다. 동시에 '접대 수준'을 비교해 판매 상품을 선택하는 MD가 아닌 객관적인 시각으로 '좋은 상품'을 고를 줄 아는 MD를 길러내야 한다. 홈쇼핑 업체들의 자정 노력 없이는 '악습'을 뿌리 뽑기 힘들다. 소비자들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