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심 '발암라면' 지난 6월에 감지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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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농심 '발암라면' 지난 6월에 감지해놓고…
  • 문유진 기자 eugene@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10월 29일 0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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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발암라면' 파문에 휘말린 농심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구멍'이 가래는 커녕 굴삭기로도 못 막을 정도로 커졌다. 소비자 눈높이를 무시한 '여론무감각증'이 빚어낸 참극이다.

농심은 이번 논란의 전조를 이미 지난 6월에 감지했었다. 당시 식약청의 조사 결과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일부 제품에서 검출됐었기 때문이다.

기준치 여부를 떠나 '발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혐오감은 상당하다. '구멍'의 최초 발견이다. 그런데도 농심은 쉬쉬하는데 그쳤다. 일종의 '완전범죄'를 꿈꿨을지 모를 일이다. 결과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크나큰 오판으로 갈무리되고 있다.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2008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쥐머리깡' 논란 때도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위기를 넘겨왔던 농심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의 의사소통이 태부족하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앵무새식 입장만 개진하고 있을 뿐 농심은 거의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사실상 함구하고 있다.

'우리 제품에서 나온 발암물질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공식이 농심 내부에서만큼은 통했던 이유였을까. 뒷맛이 씁쓸하다.

여기에 식약청의 태도가 소비자의 불안을 자극했다. 농심 너구리 라면이 안전하다던 기존의 입장을 바꿔 회수조치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쫄깃쫄깃 오동통통 농심 너구리,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농심의 광고노랫말(CM)이다.

비용까지 손수 지불하고, 너구리가 아닌 발암물질을 몰고 갔다는 소비자들의 배신감이 광풍으로 돌변해 농심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그런데도 대국민사과수준의 발빠른 '사후처리'가 필요한 시점임에도 농심의 오판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진행중이다.

'농심 우동류 제품은 안전하며 안심하고 드셔도 좋습니다'

농심이 자사 홈페이지와 대형 포털사이트에 띄운 공지 내용이다. 이를 통해 '괜찮다'는 생각을 가진 소비자들의 비율이 몇 퍼센트나 될까. 실소가 새나온다. 가래로 막을 수 있었던 찰나의 기회를 농심 스스로 차버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동시에 스친다.

농심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업계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무엇이 됐든, 진심을 담아 소비자들 앞에 고개를 숙이는 사과가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목이 뻣뻣한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는 여론이 많다.

컨슈머타임스 문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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