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코리아의 폐쇄적인 고객 응대 시스템이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문제 발생 시 구글 측과 연결 가능한 채널이 사실상 이메일 밖에 없는 가운데 이마저도 사용자가 직접 '영어'로 작성해야 하는 터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구글 직원과 통화 '하늘의 별 따기'
구글의 이메일 서비스 이용자인 A씨는 메일 계정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탓에 아이디를 잊었다. 아이디를 찾기 위해 최근 A씨는 구글 사이트에 공개된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자동응답시스템(ARS)이 A씨를 응대했다. A씨는 ARS 음성이 지시하는 대로 전화 번호 버튼을 눌렀지만 결국 온라인 상에서 '도움말 센터'를 이용하라는 답밖에 듣지 못했다.
구글의 고객 상담 시스템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는 A씨만이 아니다.
B씨는 안드로이드 방식의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구글에서 개발한 스마트폰 운영 시스템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게임을 구매한 B씨는 게임이 정상적으로 실행되지 않아 환불을 시도했다. 게임 구매비용을 돌려받지 못한 B씨는 구글로 전화를 시도했다.
고객센터 담당자 등 구글 관계자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도움말 센터'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곳에 명시돼 있는 내용에 따라 수 많은 페이지를 살펴봤지만 해결방법은 얻지 못했다.
6일 현재 구글 코리아의 대표번화로 전화를 걸어도 내선번호를 모를 경우 담당자와의 통화는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의 내선번호를 알기 힘든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이 번호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도움말 센터' 역시 소비자가 겪고 있는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일정한 패턴의 문제에 대한 행동 지침만 명시해둬 사용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 '다음'을 운영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 응대를 위한 이메일, 온라인 게시판, 전화상담 시스템을 갖춰 놓고 있어 구글과 대조를 이뤘다.
NHN 관계자는 "이메일과 전화, 온라인 게시판을 모두 열어두고 있다"며 "전화 상담의 경우 상담원을 통해 고객의 불편함에 즉각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코리아는 글로벌 기업이라 외국에서 운영되지 않는 서비스를 한국에서만 운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글로벌기업, 전화 상담원 다른 나라도 없어"
구글 코리아 관계자는 "구글은 136개 언어로 매주 10억 명의 사용자들이 사용하고 있다"며 "전 세계의 사용자의 다양한 질문에 보다 규모 있는 답변을 위해 도움말 센터로 고객의 질문에 응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구글 코리아는 한국에 위치하고 있을 뿐 본사의 한 부서로 볼 수 있다"며 "고객의 문의 메일 역시 대부분 한국에서 처리하지 않고 본사에서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구글이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을 파악해 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소비자는 "구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우리나라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을 리 없다"며 "구글을 애용하지만 고객 서비스 시스템을 경험한 뒤 많이 실망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애플도 글로벌 시스템과는 별도로 국내 실정에 맞는 A/S 시스템을 도입한 것처럼 구글도 개선 방안을 고려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컨슈머타임스 민경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