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성수 기자 | MG손해보험(이하 MG손보)이 가교 금융기관(보험사)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가교 보험사를 설립해 MG손보 자산·부채를 이전받아 계약이전이나 제삼자 매각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MG손보의 다섯 번째 매각 시도가 불발되면서 청산과 계약이전 등을 두고 불거진 소비자 피해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예보는 MG손보 정리를 위해 가교 보험사를 설립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가교 보험사는 부실 보험사를 정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임시 금융기관이다.
국내에 가교 보험사가 생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MG손보 청산·파산과 감액 이전 등 방안이 거론돼왔으나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가교 보험사 설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MG손보 가입자들은 지난달 서울시 여의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가입자 피해 최소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MG손보 가입자들이 이처럼 거리에 나선 이유는 MG손보가 청산·파산 절차에 돌입할 경우 1만 명이 넘는 보험계약자들이 예금자 보호법상 5000만원까지만 해약환급금을 보장받을 수 있어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MG손보 가입자는 124만4155명이다. 이중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는 5000만원 초과 계약자는 1만1470만명으로 계약 규모가 1756억원에 이른다.
앞서 금융당국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2003년 리센트화재가 파산했을 때 5개 보험사로 계약이 이전됐을 때처럼 정책 차원의 검토를 진행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리센트화재가 계약이전을 진행했던 시절과 달리 보험상품 구조가 복잡해져 보험사 별로 다른 전산·시스템에 맞춰 상품을 이전하기 위해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실손·질병보험 등 부실이나 손실률이 높은 장기보험의 경우 금융당국이 투입하는 지원금도 중요해서다.
금융당국이 재무 건전성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면서 지급여력비율 관리가 시급하다는 점도 보험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고 있는 MG손보 부실자산도 문제다. 대형 보험사가 MG손보의 보험상품을 자사 전산·시스템에 맞춰 이전하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서다.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은 2023년 말 기준 76.9%로 법상 기준선인 100%를 크게 밑돌고 있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부실이 커질수록 예보가 MG손보 정리를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도 커진다.
예보가 가교 보험사를 설립하면 MG손보의 신규 영업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교 보험사는 최소 인력으로만 계약을 관리해 기존 인력 대다수가 정리 대상이 될 수 있다.
MG손보 노동조합은 가교 보험사 설립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앞서 진행된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실사에 이견을 보이며 고용수준 등 협의를 위한 회의에 불참한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MG손보를 부실 금융기관으로 결정한 후 이미 약 3년이 경과한 상황"이라며 "매각 절차가 지연되면서 MG손보의 건전성 지표 등 경영환경은 지속 악화해 왔으며 시장에서도 MG손보의 독자생존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가교 보험사가 운영되면 기존 인력의 대다수가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인건비가 많이 들수록 보험계약 수익성이 떨어져 향후 계약이전에 사용되는 기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