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홈플러스와 네파 등의 부실을 롯데카드에 떠넘겼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직전까지 롯데카드에 구매전용카드 매출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부실을 줄인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따라 롯데카드가 부실 기업기업을 살리기 위한 '방패막이'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 등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매출은 2022년 홈플러스 구매전용카드 거래에 동참한 이래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당시 롯데카드의 매출은 759억원이었고, 2023년 1264억원, 2024년 7953억원으로 2년새 10배 이상 급증했다. 작년 매출액 중 3700억원가량은 600억원 한도의 구매카드 연간 이용액으로 집계됐다.
구매전용카드는 기업 간 외상거래를 카드로 바꾼 금융 상품으로, 카드사가 홈플러스 협력업체에 현금을 선지급하기 때문에 사실상 카드사가 외상을 떠안게 되는 구조다. 따라서 업계에선 롯데카드가 홈플러스의 부실을 떠안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MBK가 롯데카드에 부실을 떠넘기고 외부 투자자들에게 보여지는 홈플러스의 부실 규모를 축소시키기 위한 꼼수를 썼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롯데카드는 MBK의 또 다른 부실 피인수기업인 아웃도어 업체 네파를 살리는 데도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네파는 최근 자산유동화대출(ABL)로 300억원을 조달했는데, 롯데카드가 이중 절반에 달하는 150억원 규모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파는 현재 실적 부진과 더불어 높은 이자비용으로 재무 구조가 악화된 상황이다.
실제 네파는 12년 넘게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인수 원년인 2013년 네파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56억원이었으나 2023년에는 60억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네파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차입을 확대해왔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이자 부담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2023년 네파의 이자비용은 304억원으로 같은 해 영업이익 140억원의 2배가 넘는다. 결국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기업으로 전락하게 된 셈이다.
문제는 롯데카드의 실적도 양호하지 않다는 점이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372억원으로 전년 동기(3672억원) 대비 62.7% 급감했다. 액수로 따지면 2300억원이 넘게 감소한 것이다.
롯데카드는 당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주력했으나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자 PF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이에 대체 수익원으로 '팩토링 대출'과 '카드론'에 주력하면서 비용이 확대됐다. 팩토링 대출 연체 등에 따라 대손충당금이 급증한 것이다.
팩토링 대출은 기업이 보유한 매출 채권을 담보로 설정, 금융사에서 자금을 빌리는 서비스다. 이 팩토링 대출 786억원 중 일부에서 연체가 발생하면서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수시검사에 돌입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팩토링 대출 연체 원인을 살피면서 내부통제 위반 가능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MBK가 대주주로서 롯데카드와 홈플러스, 네파의 실적 악화에 등한시했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피인수기업들을 위기로 몰아세웠다는 것이다. 특히 회사 수십 곳의 등기임원을 겸직하는 김광일 MBK 부회장의 경영역량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현재 롯데카드와 홈플러스, 네파, 딜라이브, 오스템임플란트 등 18개사의 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는데, 관여하는 기업마다 경영난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수 이사직을 겸직할 경우 제대로 경영 관리가 이뤄지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홈플러스와 롯데카드 등은 MBK 산하 관계사라고 해도 각각 다른 법인이기 때문에 '돌려막기' 식으로 부실을 떠넘겼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