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유연성' 언급…전문가 "기업 투자·통상외교 역량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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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유연성' 언급…전문가 "기업 투자·통상외교 역량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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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미국 내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로 관세 선제적 대응 나서
전문가 "정부, 한미FTA 카드 활용…트럼프 행정부와 협상 나서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주의 관세' 시행이 임박하면서 한국은 대미(對美) 무역흑자 규모가 커 관세 부과 우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유연성'을 언급해 경제 기여도를 기준으로 관세 유예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는 미국 내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를 통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전문가는 기업의 투자 전략뿐 아니라 정부의 통상 외교 역량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이 손해 보는 무역은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며 무역흑자국에 대한 맞춤형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그는 다음달 2일부터 수입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연성은 중요한 단어"라면서 미국 내 고용과 생산 확대에 기여한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를 둘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미국 조지아 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건설 예정인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건설 중인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오는 26일(현지시간)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약 130억 달러를 투자해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하며 미 정부의 관세 압박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HMGMA는 오는 26일(현지시간)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이 공장은 연간 30만대의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출발했으나 하이브리드 차량의 혼류 생산 체제를 도입하면서 연간 50만대까지 생산이 가능해졌다. 

현대차는 배터리 셀 합작법인 설립과 부품 현지 조달 확대도 추진 중이다. 단순 조립을 넘어 미국 현지를 중심으로 한 완성형 생산 체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백악관도 올해 들어 현대차를 4차례나 언급하는 등 현대차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2월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 대한 투자가 잠재적인 관세에 대한 최선의 해독제'라며 조지아주에 새로 건설된 130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홍보했다"라고 소개했고, 이달 10일엔 "현대차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고 하이브리드차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 내 생산 현지화의 대표 사례로 평가했다.

이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 이후 강화된 미국 제조업 중심 정책 속에서 현대차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고용 기여 기업'에 대해 관세 정책의 유연성을 시사한 만큼 현대차가 관세 유예 대상이 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관세를 직접 부과하지는 않았지만 일종의 '엄포성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며 "상호주의 원칙을 내세우며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한 뒤 그에 따른 관세 유예로 연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현대차의 메타플랜트 건설은 관세 유예 협상의 중요한 명분이 된다"며 "단순한 일회성 투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미자동차노조(UAW) 노조가 트럼프의 정치적 기반과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가 아니라면 관세 예외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 본사 소재지인 인천사업장 내 자동차 부품 생산라인에서 산업용 로봇이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을 조립하고 있다.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 본사 소재지인 인천사업장 내 자동차 부품 생산라인에서 산업용 로봇이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을 조립하고 있다.

관세 리스크는 완성차보다 부품·철강 산업에서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완성차는 미국 내 현지 생산을 통해 일정 부분 관세 부담을 회피할 수 있지만 중소 부품사는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납품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이 경우 부품 단위에서 한 차례, 완성차 조립 시 또 한 차례 관세가 적용되는 이중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교수는 "관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완성차만이 아니라 부품, 철강 등은 '이중 관세'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는 '생산지역에 따라 차별을 둘 수 없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를 활용해 미국 내 일정 수준 이상의 고용과 투자가 이뤄진 한국 기업에 대해 관세 예외를 요구할 수 있는 협상 논리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는 이 지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생산 확대는 관세 유예 논리의 핵심 기반이 된다. 향후 현대차·기아가 HMGMA를 중심으로 생산량을 50만대 이상으로 확대하게 되면 납품 수요와 고용효과가 함께 증가해 관세 유예 논리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는 노조와의 조율이 필수라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공장 증설과 공급망 재편은 노사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전략적 투자가 관세 유예라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선제적인 조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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