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빼고 근육 지킨다"···차세대 비만약 개발 경쟁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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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빼고 근육 지킨다"···차세대 비만약 개발 경쟁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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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제약·바이오업계가 지방을 효과적으로 줄이면서도 근육량 감소를 막을 수 있는 비만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일라이 릴리, 디앤디파마텍, 지놈앤컴퍼니 등 국내외 기업들은 이 같은 방향의 비만치료제 연구를 적극 진행 중이다.

현재 비만 치료 시장을 주도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기반 치료제는 체중의 15~20% 감량 효과를 보이지만, 감량된 체중 중 최대 40%가 근육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체중 감량과 동시에 근육을 증가시키는 비만치료제 'HM17321'을 개발 중이다. 이 약물은 GLP-1 계열의 인크레틴 수용체가 아닌 'CRF2 수용체'를 타깃으로 한다. 지방만 선택적으로 감량하면서 근육은 늘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작년 11월 미국비만학회에서 발표된 비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만 동물 모델에 HM17321를 투여한 결과 GLP-1 기반 치료제인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위고비)와 유사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면서도 제지방량과 근육량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최인영 한미약품 R&D(연구·개발) 센터장은 지난 19일 열린 '뉴시스 제약바이오 포럼'에서 "비임상 연구 결과 위고비와 유사한 체중 감소 효과를 내면서도 근육은 오히려 늘어난 결과를 보였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라며 "올해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살을 많이 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빼는가가 더 중요해졌다"며 "펩타이드 기반의 HM17321은 체중 감량의 질을 높이는 물질로, 단독요법뿐 아니라 기존 치료제와의 병용요법에서도 양적·질적으로 우수한 체중감량 효력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의 성공에 이어 인수합병(M&A)를 통해 근육 감소를 막는 새로운 물질을 확보했다.

릴리는 2023년 '비마그루맙'을 개발 중이던 버사니스 바이오를 약 19억3000만 달러(약 2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비마그루맙은 임상 2상에서 단독 요법 및 세마글루타이드와 병용 요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크레틴과 비마그루맙을 병용하면 근육량을 유지하면서 지방을 더욱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마그루맙은 지방 세포와 근육 세포 모두에서 발견되는 '액티빈 2형'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물질이다. 이 수용체를 통한 액티빈 신호전달은 내장 지방 축적을 촉진하고 근육 성장을 억제한다. 해당 임상 연구는 액티빈 신호 전달을 차단함으로써 근육량 증가를 돕고 지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GLP-1 전문 기업 디앤디파마텍도 근육 손실을 막으면서 지방을 감소시키는 펩타이드 신약 연구를 초기 단계에서 진행 중이다.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지놈앤컴퍼니도 근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체지방 줄이는 신약 개발에 나서며 현재 초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GLP-1 비만약이 이미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후발 기업은 저마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라며 "차별화 전략 중 하나로써 근 손실을 막는 비만치료제 개발이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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