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망 강화를 목표로 한 '핵심 의약품 법안'을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펜데믹을 통해 드러난 유럽의 의약품 공급망 취약성을 해소하고, 필수 의약품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교적 바이오의약품의 입지가 강한 국내 업계는 중장기적인 시장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EC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겪었던 의약품 공급 부족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자국 내 생산 확대를 골자로 한 '핵심 의약품 법안'을 발표했다.
이번 법안에 포함된 핵심 의약품 목록은 270개 이상으로 △대안이 제한적이거나 전혀 없는 의약품 △공급 부족 시 피해가 심각한 의약품 △공급망에 특히 취약성이 있는 의약품 △희귀질환 치료제 등이 포함됐다.
EC는 홈페이지를 통해 "EU의 강력하고 경쟁력 있는 제약 부문은 우리의 광범위한 경제적 안보와 시민들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이번 법안을 통해 유럽 내에서 필수 의약품의 안정적 생산과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EC는 안정적인 공급망 유지를 위해 자국 내 생산을 강화하고 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출 전망이다. 필수 의약품 입찰 시 가격만으로 선정하지 않고 EU 회원국 간 공동 구매가 가능하며 EU 내 의약품 제조시설 건설 시 인센티브가 부여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에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유럽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지 생산시설 부족하거나 공급 안정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기업의 경우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C는 그동안 의약품 공공 조달에 있어 가격 경쟁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왔지만, 법안을 시행하게 된다면 핵심 의약품에 대해 공급 안정성, 제조 능력 등 새로운 선정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제네릭의약품(복제약) 개발 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EU 내 의약품 네트워크를 높이고 공급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 기업의 입장에서는 의약품 공급과 접근성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EU 국가끼리 제조를 촉진하거나 다양한 정책을 펼치면서 이 외 국가들은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 점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이 기회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EC는 중국 등 제한적이었던 수입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조시설 투자나 파트너십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 의약품 생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에는 △자금 지원 △패스트트랙 허가 △간소화된 규제 절차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제공될 예정이라고 EC는 설명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EU의 공급처 다변화 전략으로 새로운 시장 진출 기회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EU 소속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