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겪고 불안감↑…지급계획·정산주기 축소 요구
![서울 강서구 강서점에서 고객이 쇼핑하는 모습.[사진=홈플러스]](/news/photo/202503/636119_551727_351.jpg)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경제계와 소비자들의 혼란을 불러오는 등 이른바 '홈플러스 사태'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특히 홈플러스의 납품 대금 정산 주기가 중소업체를 제외하고 45∼60일로 다른 대형마트보다 길어 납품업체들은 물품을 납품했다가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까 불안해 하며 '정산 주기 축소'와 '선입금'을 잇달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가격이 비싼 제품을 납품하는 회사나 중견 식품사, 중소기업들은 홈플러스가 제공할 담보도 없는 상태에서 전처럼 정상 납품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롯데웰푸드·삼양식품 등은 홈플러스에 일시 중단했던 납품을 재개했다.
하지만 롯데칠성·팔도·동서 등은 여전히 납품하지 않고 협상 중이다. 이들은 홈플러스 측에서 대금 지급에 대한 확실한 계획을 밝혀주길 원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정산 주기는 다른 대형마트의 두 세배 수준으로 길다. 이마트 정산 주기는 평균 25일 내외이고, 롯데마트는 20∼30일이다.
홈플러스는 기업별로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상품을 납품받고 45∼60일 뒤 대금을 지급한다.
대형마트들은 중소업체에 대해서는 평균 10일 이내 정산한다.
납품업체들은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기존 계약보다 정산 주기를 대폭 앞당겨 달라고 홈플러스에 요구 중이다. 이들은 작년에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경험한 상황에서 담보도 없이 납품을 지속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매장 영업이 정상화될지는 미지수다. 먀장 영업이 정상화되려면 현재로선 '현금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지만, 어음 부도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기습적인 기업회생 절차 신청으로 시장이 얼어붙었다.
현재 회생 절차 개시에 따라 채무 조정 대상이 될 금융 채권 규모는 약 2조원이다. 문제는 매달 도래하는 △납품 대금 △점포 임차료 △임직원 급여 등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홈플러스가 매달 정산해나간 상거래 채권 규모를 보면 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매달 납품 대금으로 지출되는 금액은 평균 3000억∼3500억원이고, 임직원 월급은 매달 560억원, 임대점주(테넌트)에 정산해주는 매출액은 500억∼700억원이다.
통상 홈플러스 월매출은 창립세일을 하는 3월과 휴가철인 7월, 연말 소비시즌이 낀 12월에 각각 7000억∼8000억원으로 가장 높다.
홈플러스는 마진율이 30%라서 회생 중에도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마진에서 임직원 월급과 건물 임대료, 전기·수도세, 금융 이자 비용을 제하면 통상 한 두 달에 1000억원이 남는다는 것이다. 또 회생개시로 이자 지출이 유예됐고, 연간 3400억원에 달하는 건물 임대료도 재조정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창립 기념 세일 행사 '홈플런 이즈 백 행사'가 진행되는 3월에만 영업활동을 통한 순 현금 유입액이 약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홈플러스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MBK가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홈플러스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진 점에서 업체들이 납품을 꺼리면 목표한 현금 확보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제품을 납품하는 식품업체와 중소기업들은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이 대금 지급 계획을 상세히 제시해야 한다며 정산주기 축소, 선입금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영업의 현금 창출력이 약화해 이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티몬·위메프 사태와 같은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