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채널의 무게추가 옮겨가면서 부각된 '대형마트 시대의 종말'에 대한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4일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에 대해 개시 결정을 내렸다. 별도의 관리인 선임 없이 현재 홈플러스 공동대표 체제는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회생절차 개시는 사업성과 경쟁력 등 홈플러스의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를 통해 조기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결정이 내려졌다.
홈플러스는 이번 회생절차 개시 이후 채권 변제 계획도 잇따라 발표했다. 일반 상거래 채권은 6일부터 지급을 재개했으며, 총 6000억원을 상회하는 가용자금을 활용해 순차적으로 전액 변제할 예정이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기업어음(CP) 및 전자단기사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역시 절차에 따라 승인되는 회생계획에 의해 변제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홈플러스는 "회생절차를 조속히 종료하고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를 뒤덮은 불안감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부 제휴사들은 대금 지급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하는가 하면, 상품 납품을 중단하는 협력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회생절차 개시 전부터 이미 홈플러스의 협력사 정산 대금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이미 정산 문제가 알음알음 커지고 있는 상황에 기업회생 소식까지 겹치다보니 제휴·협력사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라며 "홈플러스가 이러한 상황에까지 몰린 데에는 의무휴업·새벽배송 제한 등 대형마트를 둘러싼 각종 규제들도 한몫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가운데 각종 유통규제로 인해 온라인 사업자와 '불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하다 보니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 시장은 지난 1월 거래액만 21조9674억원을 기록, 2018년 1월 이후 8년 연속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46.5%에서 50.6%로 확대된 반면, 대형마트는 17.9%에서 11.9%로 감소했다.
또한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기업형슈퍼마켓(SSM) 4.6% △편의점 4.3% △백화점 1.5% 등 주요 채널들이 모두 성장한 가운데, 대형마트는 0.8% 감소하면서 홀로 뒷걸음질 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형마트 매출 2위인 홈플러스마저도 기업회생을 신청할 정도로 위기를 맞았다는 것은 경쟁사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대형마트들이 그로서리 경쟁력을 강화하고 점포 리뉴얼 등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낡은 규제들도 반드시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