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로봇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가 신고 두 달여 만에 승인됐다. 삼성전자는 휴머노이드 등 미래 로봇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로봇·의료·차세대 반도체를 미래 동력으로 삼은 만큼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5일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식 20.29%를 취득해 지분 35%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되는 내용의 기업결합 신고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시장 경쟁제한 우려가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휴보 랩(Lab) 연구진이 지난 2011년 설립한 로봇 전문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자사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 기술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 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함에 따라 미래 로봇 개발을 위한 기반을 더 탄탄히 구축하게 됐다.
로봇 산업은 대표적인 'AI 리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AI 시대 다음 단계는 로봇 공학"이라고 주장하면서 주목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AI 플랫폼 '그루트'를 공개했으며,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컴퓨터 '젯슨 토르'를 상반기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도 로봇을 미래 동력 중 하나로 선택하고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미래로봇추진단은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미래 로봇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향후 패러다임을 바꿀 미래 로봇의 원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핵심 성장 동력화할 계획이다.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에 따르면 2021년 332억 달러였던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2026년 741억 달러(약 103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AI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레인보우로보틱스가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역할이 분담될 것"이라며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최근 휴머노이드 산업 트렌드에 있어서는 후발주자인 만큼 차세대 휴머노이드의 기술적 완성도가 선두 업체 대비 어느 수준에 이르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편입 이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로봇과 함께 메드텍, 차세대 반도체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한조 이사회 의장 명의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주통신문을 발송했다.
삼성전자는 주주통신문에서 "기존 사업은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 기틀을 다지겠다"라며 "AI 산업이 만들어 가는 미래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로봇·메드텍·차세대 반도체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기술 경쟁력이 뒤처지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에서 부진하자 본원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적극적인 투자 및 인수합병이 예상되는 이유다.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라며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드텍에서도 삼성전자의 행보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의료기기사업부와 자회사 삼성메디슨을 중심으로 의료기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후발주자지만 디지털 엑스레이, 초음파, CT 등에 걸쳐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기업들이 신사업에 있어 협력,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라며 "삼성전자 등도 글로벌 기업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