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전주효자점. [사진 = 홈플러스]](/news/photo/202503/635529_551091_285.jpg)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올해로 창립 28주년을 맞은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의 여파로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홈플러스는 매출 기준 국내 대형마트 2위로, 그간 산업의 성장을 함께해온 업체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와 이커머스 성장에 따른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른 재무 상황 악화 등 여러 부침을 겪은 끝에 '기업회생'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하면서 업계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4일 오전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를 받아들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사업성과 경쟁력 등 홈플러스의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번 기업회생을 통해 조기에 안정을 되찾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측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유에 대해 "신용등급이 낮아져 향후 단기자금 측면에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생절차 신청은 사전예방적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달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신용 등급을 일제히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신용등급에서 B등급 이하는 투기등급으로, A3- 등급은 투기등급의 바로 위 단계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영업실적 부진 장기화 △과중한 재무부담 지속 △영업 실적 및 재무 구조 개선 여력 낮음 등을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신용평가도 △이익창출력 약화 △장기간 영업적자 지속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 △사업 불확싱성 및 제한적 실적 개선 전망 등을 이유로 등급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그간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왔다.
한기평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2015년 2월 'A1' 등급을 기록한 뒤 지속 △2017년 2월 'A2+' △2020년 2월 'A2' △2021년 2월 'A2-' △2023년 2월 'A3+' △2024년 2월 'A3' △2025년 2월 'A3-' 등으로 낮아졌다. 한신평의 홈플러스 신용등급 추이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게다가 이번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인해 신용등급은 'D등급'까지 떨어졌다. D등급은 최하위 등급으로 통상 '상환 불능 상태'를 의미한다.
한기평은 "홈플러스가 정상적인 영업 지속 가능성을 밝혔지만 금융 채무의 적기 상황 훼손으로 채무 불이행 상태에 돌입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총차입금은 5조4620억원으로 차입금 의존도(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는 60.3%에 달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현금 창출력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현금수지가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현금 흐름을 보여주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2025년 1월 31일 직전 12개월 기준 2374억원으로 지속 플러스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누적된 실적 부진의 여파로 인해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홈플러스는 한때 7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으나 △2020년 6조9662억원 △2021년 6조4807억원 △2022년 6조6006억원 △2023년 6조9315억원 등 6조원대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영업이익도 2019년 933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0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매년 1300억~2600억원 수준의 손실을 내고 있다.
한기평은 "부진점포 정리, 점포효율화, 인력 감소 등을 토대로 수익성이 소폭 회복되겠으나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 소비 부진, 가격경쟁력 중심인 이커머스 업계와의 경쟁 지속 등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이어짐에 따라 고정비 부담이 높은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구조, 집객비용부담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매장 폐점과 대량 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같은 날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심각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회생 과정에서 매장 폐점, 자산 매각, 대량 해고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기업회생으로 금융채권 상황은 유예되지만, 개시 결정 이후에 이뤄지는 모든 상거래에 대해 정상적으로 지급결제가 이뤄지며, 임직원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의 신속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홈플러스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임직원과 주주 모두가 합심해 최대한 빨리 회생절차를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