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모임통장'이 최근 은행들의 새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단순한 공동 자금 관리 수단에 그치지 않고,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해 신규 고객을 유치할 핵심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모임통장 서비스를 신설하면서 시장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 모임통장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며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모임통장은 여러 명의 돈을 한 계좌에 모으고 이들이 동시에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든 금융 상품이다. 이 상품은 인터넷은행 중 가장 많은 고객을 보유한 카카오뱅크가 지난 2018년 12월 업계 최초로 선보인 뒤 단 번에 1130만명에 달하는 고객을 유치했다. 잔액은 8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이 별도 금리 혜택 없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게 된 배경에는 카카오톡과 연계된 편의성이 주효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모임통장 흥행에 따라 시중은행도 후발주자로 모임통장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경쟁에 합류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KB모임금고'를 출시하고, 연 2% 금리의 파킹통장과 자동 저축 기능을 지원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1일 'SOL 모임통장 서비스'를 3년 만에 재출시했다. 2021년 모임통장 전용 앱까지 출시했지만 이용률이 저조한 탓에 만 1년도 안 돼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다만, 시중 모임통장 상품엔 없는 적금통장 기능과 거래내역 영수증 첨부 기능을 추가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뉴원뱅킹' 출시와 함께 앱에 모임통장 기능을 신설했다. 모임장을 교체할 수 있고, 한 모임에서 여러 장의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농협은행도 자체 모바일 앱에서 모임통장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NH모여라통장'은 농협카드를 통한 자동 회비 이체 기능과 지역 단위 농축협과 연계한 맞춤형 금융 혜택을 제공한다.
이처럼 시중은행이 모임통장을 새 먹거리로 삼는 이유는 저원가성 예금 성향때문이다. 모임통장에서 입출금되는 자금은 일반 정기예금과 달리 별도 이자 비용이 나가지 않는다. 예대금리차가 줄면서 저비용으로 비교적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 한 상품인 셈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유동자금이 예적금이 아닌 주식과 가상화폐 등 투자 상품쪽으로 이동하는 추세라 저원가성 예금 확보가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모임통장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데 장벽이 낮고, 자금 조달의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 "예적금 대비 저금리로 자금을 유치할 수 있어 순이자마진(NIM) 방어에도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인터넷은행이 상당수 점유 중인 모임통장 시장에서 시중은행들이 기존에 없던 다양한 혜택을 모색해야 고객 유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