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그동안 자신을 옭아매왔던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새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던 이재용 회장은 이번 판결 이후 역대급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를 살리기 위한 본격적인 경영에 나설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지난 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5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데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판결 받았다.
이재용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등 13명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미전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거래, 시세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된 바 있다.
재판부는 합병비율과 합병 시점,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삼바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여부 등을 판단한 후 검사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삼바로직스의 허위공시·부정회계 의혹에 대해서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행사되면 삼바로직스가 삼바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는다는 사실을 주요 위험이라고 공시했어야 된다고 보지만 은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이 2심에서도 무죄를 받으면서 사실상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자 업계에서는 향후 경영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판결을 앞두고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하는 등 조심스러운 경영 행보를 보였다. 매년 새해가 되면 설 연휴 등을 활용해 현장 경영 행보를 펼쳐 왔으나, 올해는 뚜렷한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던 이 회장은 4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3자 회동에 나서는 등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인공지능(AI) 칩과 AI TV, AI 반도체에 대한 협업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뱅크그룹과 오픈AI는 이 회장에게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한 협업과 투자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행보는 이 회장이 자신을 옭아매던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자마자 최근 삼성전자가 겪고 있는 역대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경영 최일선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300조9000억원, 영업이익 3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은 2022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으나, 반도체 부진으로 인해 영업이익 면에서는 부진했다.
거듭된 부진에 삼성전자 경영진은 사과문을 게재했으며, 일각에서는 이 회장을 향해서도 책임 경영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고 경영 일선에 복귀한 만큼 삼성전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 인수합병(M&A) 이후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로 대형 M&A 및 기업가치 제고 등이 10년간 전무한 상태였다"라며 "이번 무죄 선고에 따른 사법리스크 종료는 향후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일단락되며 경영 복귀가 현실화됨에 따라 삼성전자는 불확실성 완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사법리스크를 해소하자마자 대외적으로 모습을 공개한 것은 향후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M&A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