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생명 M&A '빨간불'…우리금융 '부당대출' 탓
상태바
동양·ABL생명 M&A '빨간불'…우리금융 '부당대출' 탓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슈머타임스=김성수 기자 | 동양·ABL생명이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편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을 통한 건전성 강화에 나섰지만, 인수합병(M&A)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정기검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은행에서 2000억원대에 달하는 부당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3등급 이하로 하향 조정될 경우 인수 절차가 어려워질 수 있다.

금감원이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 지난 5년 동안 2300억원이 넘는 부당대출이 집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대출은 기존에 알려진 금액 외에 380억원이 추가로 적발돼 총 금액은 73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730억원 중 451억원(61.8%)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등 현 경영진 취임 시기인 2023년 3월 이후 취급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의혹을 시작으로 반년 넘게 부정대출 관련 사건과 현 경영진 개입 여부, 보험사 인수 과정에서 자본 비율 준수 등을 중심으로 검사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 지분 75%와 ABL생명 지분 100%를 약 1조5493억원에 인수한다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승인했다. 이는 2024년 보험업계 M&A 시장의 첫 매각 성공 사례다.

동양·ABL생명이 매각에 성공하며 물꼬를 튼 만큼 국내 보험사 M&A 시장에서 매물로 나왔거나 잠재 매물로 거론되던 나머지 보험사의 매각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이 우리금융에 대해 보험사 인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소통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M&A 시장 분위기가 꺾이고 있다.

금감원이 이날 발표한 검사 결과가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히고 있는 만큼 올해 보험사 M&A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당국 자회사 편입 승인 규정 등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을 인수하기 위해선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금감원이 경영실태평가 등급 산정을 완료하지 않았지만, 해당등급은 정기검사를 기반으로 도출되기 때문에 금감원이 우리금융 내부통제 부실을 지적해 온 만큼 평가 등급이 3등급으로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으로부터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받아 지난달 중순부터 심사에 착수한 만큼 경영실태평가 등급 산정은 제재 절차와 투트랙으로 분리해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60일 이내에 해당 인수 승인 신청서에 대한 심사를 마무리해야 하지만, 추가 자료 요구 등 기간이 빠져있어 4월 이후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우리금융 경영실태 평가 등급을 3등급으로 내려도 금융위는 인수 승인을 결정할 수 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 기준에 미달한 경우에도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할 경우 자회사 편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금감원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으면 동양·ABL생명 인수가 사실상 불발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다만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한국 시장 철수를 준비하고 있고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더라도 조건부 인수가 가능한 만큼 M&A가 진행될 여지는 남아 있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