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GTX노선 삼성역 구간 건설현장에서 공사추진 상황 및 안전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연합]](/news/photo/202501/630507_545680_542.jpeg)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대형건설사들의 지난해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서 건설업계의 침체 징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업계 2위' 현대건설이 영업이익 마이너스 1조원의 '어닝쇼크'(실적부진)로 시장에 충격을 준 가운데 다른 건설사들 역시 전년 대비 외형축소가 예상되면서 올해가 건설업계의 본격적인 '보릿고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연결 기준 2024년 연간 영업손실이 1조220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 영업이익(7854억원)보다 약 2조원 줄어들면서 현대건설은 '적자 전환'을 기록, 시장의 기대치를 한참 하회하는 충격적인 성적표다.
현대건설이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1년(3826억원 영업손실) 이후 처음이다. 이는 고환율 및 원자재 가격 상승 기조와 더불어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손실이 영향을 미쳤다고 현대건설은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 일부 현장에서 공기 연장, 공사원가 추가 반영 등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으며 모회사인 현대건설 실적에 고스란히 인식됐다.
세부적으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2019∼2020년 인도네시아에서 연이어 수주한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프로젝트'와 2021년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플랜트 사업' 등에서 대형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던 시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규모 셧다운이 이어졌고,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치면서 공기지연과 공사비 상승이 연이어 발생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지난해 연간 매출은 18조6550억원으로 같은 기간 6550억원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이 1조10억원으로 전년(1조340억원) 대비 3.2%(330억원) 감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근 부진한 건설업황을 고려하면 견조한 실적이라는 평가이긴 하지만, 외형이 축소된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해 초 신동아건설을 비롯한 중견건설사의 위기에 대형건설사들의 외형 축소까지 현실로 다가오면서 업계에선 부정적인 전망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연초 법정관리를 신청한 신동아건설 본사.[연합]](/news/photo/202501/630507_545683_5619.jpeg)
자재값·인건비 상승, 탄핵정국까지 겹치면서 이에 따른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연초다. 이러한 불안정성이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건설업계의 보릿고개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신용평가사들 역시 충격적인 성적을 받아든 현대건설에 대한 재평가를 할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22일 리포트를 통해 현대건설의 부채비율이 연결기준 178.8%, 별도기준 142.1%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해외 사업장 관련 자금 투입이 증가할 것으로 진단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현대엔지니어링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으로 추가했다.
업계 1, 2위 기업의 기대 이하 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향후 실적을 발표할 건설사들의 성적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업종 불안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며, 올해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종의 불안 지속과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 원자잿값 인상 등이 이어지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성을 담보하는 해외사업을 주로 영위하던 현대건설의 어닝쇼크로 해외사업 역시 마냥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보다 올해 더욱더 어려운 경영활동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면서 "올해 건설사들의 활동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외형축소의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