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KB국민카드에 이어 하나카드와 우리카드도 애플페이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카드사 간 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업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 중 4곳이 애플페이 도입을 앞두고 있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국내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을 적극 검토하면서 간편 결제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지난 2023년 애플페이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해 연간 신용판매 규모가 166조2688억원으로 집계되며 '업계 1위'인 신한카드(166조340억원)를 제쳤다. 여기에 150만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면서 시장점유율 18%까지 끌어올렸다.
현대카드의 실적 개선과 점유율 확대는 애플페이 효과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카드의 이 같은 선전에 후발 주자들도 애플페이 도입 결정에 불을 지폈다.
신한카드도 이르면 다음달부터 애플페이를 도입해 서비스 본격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하나·우리카드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애플페이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국내 카드업계 시장점유율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카드사들이 애플페이를 지원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애플페이 도입은 간편 결제 시장 경쟁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페이는 현재까지도 가맹점 부족과 더불어 교통카드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신한·KB국민카드 등 주요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하면 결제 인프라 확대로 기존 불편함으로 꼽혀왔던 문제점들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작용도 있다. 카드사들이 애플페이를 도입하면서 수수료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다.
현재 애플페이는 결제 건당 카드사로부터 0.15%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중국(0.03%)과 비교해 약 5배 높은 수준으로, 카드사들이 애플페이가 제시한 수수료에 적잖은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선 삼성페이도 애플페이처럼 유료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페이는 현재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수수료 부과를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애플페이 도입이 확산될 경우 삼성페이도 수수료 정책을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만약 삼성페이가 애플페이처럼 0.15%의 동일한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연간 카드사의 부담은 약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카드사들이 늘어난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와 가맹점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카드 포인트 적립, 캐시백, 할인 등의 혜택 축소와 가맹점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간접적인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될 공산이 높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전례를 보면 애플페이 도입 이후 점유율 확대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며 "최근 삼성페이도 수수료 유료화를 검토중인 상황을 고려하면, 나머지 카드사들도 애플페이 도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 도입으로 간편결제 수수료 유료가 업계 전반에 고착될 수 있다"면서 "이는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고, 결국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