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올해 '부동산 착공 물량 급감' 등으로 시멘트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1990년 이후 최악의 '내수 침체'가 예상되는 데다 정부의 '친환경 규제'까지 겹치면서 시멘트 업계로서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인 상황이다. 여기에 '환율상승에 따른 원자재수급'에 대한 부담까지 겹치면서 시멘트 업계의 부담이 한층 가중되는 분위기다.
15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024년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4359만톤(t)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5023t 대비 13.2% 감소한 수치다.
올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협회는 "시멘트 내수 출하량이 4000만t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멘트 내수 출하량이 4000만t에 머문 것은 지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아직까지는 '전망'이긴 하나, 최근 시멘트 업계를 측정하는 각종 지표들과 외부요소들까지 부정적인 탓에 4000만t을 하회할 것이란 예상까지도 나오고 있다.
국내 경제의 최악의 상황인 1998년 국제금융기구(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시멘트 출하량이 4462만t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와 올해가 시멘트 업계의 역대 최악의 침체라고도 볼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내수 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통상 시멘트 업계의 실적은 건설업황의 분위기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시멘트가 건설기초소재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국내 건설경기는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누적) 주택 인허가 물량은 27만3121호로, 전년 동기 대비 1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건설해야 시멘트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짓는 집이 줄어드는 탓에 시멘트 회사의 재고마저 쌓이고 있는 추세다.
시멘트 재고량은 2020년 86만t에서 △2021년 87만t △2022년 111만t △2023년 158만t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35만t(예상)으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마저도 100만t을 한참 상회하는 수치다.
게다가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고환율 역시 시멘트 업계를 한숨짓게 하는 요인이다. 환율 상승으로 인해 수입에 의존하는 유연탄 등 원료비용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한 것도 원가 부담을 키운 요소다.
게다가 시멘트는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이에 정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라 올해 시멘트 업계는 2018년 대비 약 12%의 탄소를 감축해야 한다.
이 같은 요건들을 충족하기 위해 시멘트 기업은 친환경 제품 개발은 물론, 일반 공정에서의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시설마련 등이 필요하다. 이 또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 문제다.
시멘트 업계 한 관계자는 "시멘트 업계는 올해 건설경기 침체와 고환율 리스크, 환경규제 등 삼중고를 겪으며 역대 최악의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올해도 건설경기 회복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멘트 출하량과 재고량 등 세부 지표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있어 시멘트 업계의 긴축재정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