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시설물 기준 준수여부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의구심도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불가항력적 재난인지, 과실이 더해진 인재인지에 대한 진상규명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 안전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고가 새 떼와의 충돌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여객기 동체와 충돌한 활주로 시설물에 대한 기준 준수 여부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사 당국은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해 유가족에게 인도하는 현장 대응에 주력하고 있지만, 초기 수습이 마무리되면 항공 당국과 진상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국토부는 사고 발생 직전 제주항공 여객기의 조종사와 관제탑이 주고받은 교신을 통해 참사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국토부가 시간대별로 재구성한 교신 내용을 보면 당일 오전 8시 57분 무안공항 관제탑은 사고기에 조류와의 충돌을 경고했고, 조종사는 2분 뒤인 8시 59분에 관제탑에 조류 충돌로 인한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보냈다.
사고기는 오전 9시 당초 착륙하려던 활주로의 반대쪽에서 착륙을 시도했고, 9시 3분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로 착륙하다가 공항 외벽과 충돌해 화재로 이어졌다.
수색 초기 동체 꼬리 쪽에서 발견된 승무원은 구조대에 "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후 폭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안공항 주변에서 사고를 목격한 주민들도 "비행기가 반대편에서 날아오던 새 무리와 정면으로 부딪쳤다"는 등 세 때와의 충돌을 한목소리로 증언했다.

다만 사고의 출발점이 재난에 가까운 요인이었을지라도 탑승객 181명의 대부분이 사망할 만큼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배경에 대해 규명하는 것은 앞으로 남겨진 과제다.
국내외 여러 전문가는 이번 참사에 대해 사고기와 충돌한 활주로 끝 외벽 앞의 구조물인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피해를 키우지 않았는지 주목하고 있다. 이는 둑 형태로 두껍게 쌓아 올린 이 구조물이 없었다면 사고기 동체가 반파돼 화재로 이어지게 된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의구심이다.
국토부는 "2005년 공항 건설을 추진하던 당시 안전 규정에 맞춰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추가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사고기가 조류와 충돌해 한쪽 엔진에 이상을 일으켰다 해도 나머지 엔진 하나, 제동장치, 랜딩기어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도 의문으로 지적되고, 무안공항이 주변에 철새 도래지 3곳이 있는 등 조류 충돌 우려가 큰 곳에 위치해 있고, 활주로 길이가 2800m로 다른 공항보다 짧은 편이라는 구조적인 한계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함께 공항 측에서 조류 퇴치 전담 인력과 장비를 충분히 운용하고 있었는지도 규명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 수습과 사고 원인 조사를 병행 중인 국토부는 참사 당일 항공기 '블랙박스'로 불리는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를 각각 수거해 분석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항공기 사고 규명의 첫 단추로 꼽히는 블랙박스 해독에는 장치가 온전할 경우 일주일가량, 통상적으로 약 한 달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사고기 기체 제작사인 보잉도 참여할 예정이다.
검경은 사고 희생자 유해 수습과 신원 확인, 유가족에게 시신을 인도하는 변사 처리에 현재 주력하고 있다.
광주지검 이종혁 지검장,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을 각각 본부장과 단장으로 수사본부를 꾸린 검경은 초기 수습 절차를 마치면 국토부 등과 함께 진상 규명에 주력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도 이번 참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인 '중대 시민 재해'에 해당하는지 국토부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