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올해 유통업계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 '삼중고'에 경기 침체의 장기화, 소비심리 위축 등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어려움을 겪었다. 위기에 몰린 기업들은 부실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은 물론 조직 슬림화를 통해 비용 감축 및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더욱 냉랭하게 만드는 사건들도 잇따랐다. 프랜차이즈업계는 배달앱과 매장 메뉴 가격을 이원화하는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가맹본부와 점주들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지면서 '줄소송'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 위기 직면한 기업들…'사람'부터 줄였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유통업계엔 '희망퇴직' 칼바람이 불었다. 가장 먼저 '인건비'부터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이마트는 지난 3월 사상 첫 전사적 희망퇴직을 진행한 데 이어 이달 6일 추가 희망퇴직까지 올해 들어 2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1차 희망퇴직 당시 근속 15년 이상이자 과장급 이상이 대상이었으나, 2차에서는 근속 10년 이상 인력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SSG닷컴과 G마켓 역시 희망퇴직에 나섰다. SSG닷컴은 법인 설립 이래, G마켓은 2021년 신세계그룹 편입 이후 처음으로 진행하는 희망퇴직이다. 이들은 모두 수익성 개선을 고심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3분기에도 분기 최대 실적을 냈지만 여전히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다. SSG닷컴과 G마켓은 여전히 적자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자회사 코카콜라음료도 지난달 4일부터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2007년 LG생활건강에 인수된 이후 첫 희망퇴직으로, 1971년 이전 출생한 영업 및 물류부서 근무 직원이 대상이다.
이밖에 배달앱 요기요,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11번가 등의 기업들도 희망퇴직에 나섰다.

◆ '안 되는 사업, 접어라'…과감한 결정도 잇따라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면서 성과가 나지 않은 사업에 대한 과감한 결단도 이어졌다.
신세계푸드는 내년 10월 8일을 끝으로 '스무디킹' 사업을 접기로 했다. 2003년 서울 명동 1호점을 시작으로 사업을 전개한 지 22년 만이다. 신세계푸드는 스무디킹 국내 사업권을 두고 미국 본사와 협상을 진행했으나 계약 연장에 합의하기 못했다고 철수 배경을 설명했다.
스무디킹은 2015년 신세계푸드에 편입된 후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스무디킹 매출은 2018년 169억원을 기점으로 감소세를 이어갔으며, 2021년 82억으로 100억원 선이 무너졌고 2023년 61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신세계L&B 역시 와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방침이다. 우선 지난 7월에는 이마트가 2016년 인수한 '제주소주' 매각을 공식화하며 소주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익성이 낮은 '와인앤모어' 매장 4곳을 폐점해 비용 절감에 나섰다.
롯데마트 역시 수원 영통점을 매각하는 등 부진 점포를 정리했다.

◆ 배달앱 수수료 인상에 '이중가격제' 도입 확대
올해 외식업계는 배달앱 수수료 인상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대대적인 반발이 이어지며 시끄러웠다. 정부가 나서 '상생협의체'를 구성하고 상생안을 내놓았지만 '졸속 상생안'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배달수수료 상생안은 무려 114일, 12차례에 걸친 마라톤협상 끝에 탄생했다. 매출에 따른 구간을 나누고, 최고 7.4%·최저 2.0% 등의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영업자와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등 입점엄체 단체들은 이러한 상생안이 협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오히려 수수료율 인상과 배달비용 인상을 도출했다며 반발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중가격제' 도입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중가격제란 배달앱과 매장의 메뉴 가격에 차등을 둬 가격을 이원화하는 것을 말한다. 상생안 반대 측은 졸속 상생안에 대응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가 '이중가격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배달앱과 입점단체 간 갈등에 따른 피해는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안게 되는 셈이다.

◆ 외식시장 침체에 가맹본부-점주 갈등 등 '겹악재'
프랜차이즈업계는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업황 부진에 가맹본부와 점주 간 갈등까지 악재가 겹친 한 해를 보냈다.
더본코리아는 매출·수익성 문제로 자사가 전개하는 프랜차이즈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었다.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은 지난 6월 더본코리아를 가맹사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더본코리아가 가맹점 상담 과정에서 월 3000만원 수준의 매출을 보장했으나 실제 매출은 1500만원으로 절반에 그쳤고, 수익률도 20~25%가 아닌 7~8%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더본코리아는 '매출을 보장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소명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며 반박에 나서며 갈등이 장기화됐다.
최근에는 가맹본부를 상대로 한 가맹점주들의 '소송전'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피자헛발 차액가맹금 소송이 업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가 사전 합의 없이 부당하게 차액가맹금을 수취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9월 서울고등법원은 가맹본사가 점주들에게 차액가맹금 210억원을 반환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며,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bhc치킨을 비롯해 BBQ와 교촌치킨, 배스킨라빈스 등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맹점주들도 가맹본부를 상대로 부당이익금 반환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줬다.
점주들이소송합니다
이기영회장반성하시고
지금이라도상생경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