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수수료 인상', 트리거 됐나…자영업자, '못 살겠다'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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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수수료 인상', 트리거 됐나…자영업자, '못 살겠다' 폭발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8월 24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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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 배달앱 수수료 부담에 '배달음식 가격 차등' 움직임 확산
자영업자·라이더 등 관련 종사자 200여명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
정부에 "자율 규제 NO, 온플법 제정해 배달앱 '갑질' 막아달라" 촉구
지난 2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배달앱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영상 = 안솔지 기자]
지난 2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배달앱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영상 = 안솔지 기자]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배달앱 수수료율에 따라 음식 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배달가격 이원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배달앱 수수료율 인상'과 '자사우대' 등 불공정 행위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더 이상의 피해를 감당할 수 없다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최근 배달 중개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3%p 인상, 쿠팡이츠와 같은 수준으로 조정했다. 

요기요는 기존 12.5%에서 9.7%로 인하해 주요 배달앱 3사 중 중개 수수료가 가장 낮아졌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은 이러한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반발하고 있다. 매출 대부분이 배달앱 수수료로 빠져나가 자영업자들의 수익이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배달음식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이 증가하게 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 협회'(이하 공사협)는 더 이상 손해를 감수할 수 없다며 지난 22일 '배달음식가격 차등 적용의 날'을 선포하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주요 배달앱 수수료율에 따라 등급을 정하고, 각 등급별로 배달음식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등급별 가격 차등폭은 △1등급 0~2% △2등급 5~6.8% △3등급은 9.8%다. 1등급에 해당하는 업체는 배민 가게배달·땡겨요·지역 공공앱 등이다. 2등급엔 요기요(가게배달)·hy 노트·배민배달(배민원) 등이 해당되며, 3등급엔 쿠팡이츠·배민배달(배민원플러스)·요기요(요기배달) 등이 포함됐다. 

예를 들어 1만5000원짜리 음식을 주문할 때 1등급 배달앱을 제외한 2·3등급 배달앱에서는 각각 1만6500원, 1만75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배달앱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피켓에는 '플랫폼 갑질 막는 온플법 통과 자영업자 살길이다', '플랫폼을 위한 음식값 상승 가게도, 소비자도 원하지 않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 안솔지 기자]
배달앱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피켓에는 '플랫폼 갑질 막는 온플법 통과 자영업자 살길이다', '플랫폼을 위한 음식값 상승 가게도, 소비자도 원하지 않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 안솔지 기자]

같은 날 오후 2시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공운수라이더유니온,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배달앱 관련 단체들과 함께 '배달앱 규탄 집회'도 열었다. 소나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약 200여명이 집회에 참석해 배달앱의 '갑질'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 

송명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우리나라 배달앱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배달 중개 수수료를 똑같이 맞추고, 무료 배달 비용을 자영업자에게 전가하는 등 절박한 자영업자들을 무시한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며 "배달앱의 높은 중개수수료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경영 악화를 겪고 있으며, 플랫폼사가 이를 지속 외면한다면 결국 자영업자들은 폐업에 이르러 배달앱 생태계 전체가 공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무 공사협 협회장은 "배달앱들이 정부의 플랫폼 자율 규제를 악용해 자영업자들을 쥐어짜면서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이 이런 집회에 참여하지 않고 장사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정부가 앞장서 '온라인 플랫폼법(이하 온플법)' 제정을 위해 힘 써 달라"고 말했다. 

경남 양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서민숙 씨는 "자영업자들은 배달 플랫폼이 무료로 봉사하길 바라지도, 전화로 주문받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것도 아니다"라며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있는 배달 플랫폼으로 인해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 피해 보는 현실을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배민 수수료가 오르면서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면 2000원이 남는다"며 "남은 돈 2000원에서 60% 가량의 물대(필수품목 공급가격)와 임대료,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제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차라리 영업을 안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프랜차이즈에서 지켜야 하는 영업시간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자영업자 B씨는 "배민이 새로 도입한 '배민클럽'에 들어가게 되면 원래 점주에게 떨어지는 마진이 20~30% 정도에서 6~7%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배민 측과 이런 부분에 대해 단체를 통해 대화를 하기로 했는데, 그날 대표가 사임하더라"며 "그 이후에는 회사 분위기가 완전 바뀌어서 소통이 단절됐다"고 지적했다.   

오토바이를 끌고 이날 집회에 모인 라이더들. [사진 = 안솔지 기자]
오토바이를 끌고 이날 집회에 모인 라이더들. [사진 = 안솔지 기자]

이들은 정부의 자율 규제가 '상생'이 아니라 오히려 플랫폼사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최단체 측은 "자율 규제는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다. 정부의 자율규제는 이익은 배달 플랫폼에 몰아주고, 피해는 라이더, 상점주, 시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배달 플랫폼의 '갑질'을 막기 위해 '온플법' 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속한 온플법 도입을 약속하며, 이들의 목소리에 응답했다. 

박주민 의원은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수료가 저렴해지는 것이 기본적인 시장 원리인데, 지금은 오히려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자율규제에 맡길수도 있겠으나,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업체들의 지위 남용으로 시장 기본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규제를 통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속하게 온라인 플랫폼법을 만들어 제대로 시장이 작동하고, 많은 분들이 시장에 의해 이익을 보는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달앱 규탄 집회'에 참석해 조속한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을 약속했다. [사진 = 안솔지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달앱 규탄 집회'에 참석해 조속한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을 약속했다. [사진 = 안솔지 기자]

배달앱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 시장과 관계자들이 모두 상생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상생협의체가 출범했고, 10월 상생안을 내놓을 방침이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 사항 등에 대해 두루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2일 진행한 공사협의 '배달음식가격 차등 적용의 날' 여파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22일 이전부터 매장과 배달앱 가격 이원화에 나선 업주들이 있는데다, 앞으로 차등 가격을 적용하는 업체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장기적인 영향력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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