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美 필리조선소 인수', 호재일까 악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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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美 필리조선소 인수', 호재일까 악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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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한화그룹이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면서 국내 기업 최초로 미 조선업에 진출한다.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에 따른 상선·방산 분야 확장이 예상되는 만큼 향후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은 최근 노르웨이 에너지 업체 아커로부터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 조선소 지분 100%를 1억 달러(약 1390억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인수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6대 4 비율로 투자했으며, 종속회사의 주식 취득은 올해 11월 중 완료될 예정이다.

필리 조선소는 필라델피아 해군기지 바로 옆에 위치한 조선소다. Jones Act(존스법)을 준수해 미국 공공기관과 해군, 해경 등에서 발주하는 선박의 건조 및 수리, 유지보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조선소다.

한화오션은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에 따른 상선‧방산 분야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예정"이라며 "금번 인수를 통해 확보된 해외 생산 거점에 당사의 상선 및 함정 건조 역량을 결합해 매출 다각화와 미국 시장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해당 조선소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시장에선 차갑게 반응하며 각각 6.90%, 0.94% 하락해 장 마감했다. 인수 공시가 뜬 후 장 초반 양사 모두 강세를 나타냈지만, 필리 조선소가 6년째 적자가 지속되며 부분 자본 잠식 상태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하락 전환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필리 조선소의 경영 상황은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증가한 원가와 취약한 미국 내 조선업 공급망 등의 문제로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주말 후 첫 거래일인 24일 양사는 반등에 성공했다. 한화시스템은 전 거래일보다 480원(2.54%) 상승한 1만9380원에, 한화오션은 0.79% 올라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가 큰 폭으로 하락해 장 마감한 것을 고려했을 때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선방한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날 증권가에서 한화오션의 필리 조선소 인수에 이은 추가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필리 조선소는 한국의 HD현대미포와 같이 MR(중형) 및 아프라막스급 탱커, Feeder(소형) 컨테이너선 등 중소형 상선을 건조하는 데 최적화한 도크와 크레인 Capa(생산 능력)를 갖추고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화오션이 2차 증자를 통해 투자 목적 회사인 손자회사에 내리기로 한 돈은 약 3600억원"이라며 "필리 조선소 지분 인수 후 3000억원가량의 출자금이 남는 상황으로 추가 M&A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선 한화그룹이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향후 성장을 점치는 분위기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존스법을 준수하는 미국 본토 소재의 조선소를 교두보로 확보한 것은 태평양 7함대뿐 아니라 전체 미 해군의 함대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현재 수주잔고에는 군함이 없으나 당장 건조 및 수리 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진 미 해군의 상황을 고려하면 수리 사업 등의 일감을 확보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에는 사전에 한미 양국의 상당한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라며 "초기 일감 확보에 대한 부분도 필시 논의됐을 것인 만큼 향후 하나씩 공개될 사업의 디테일과 회사의 비전을 흥미롭게 지켜보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남중국해 등의 갈등이 확대되며 미국은 해군력 강화가 필요하다"라면서 "미국의 조선업 낙후로 한국과의 파트너쉽을 강화할 의지를 표명. 이번 인수를 통해 구체적인 발판이 마련된 방산과 상선의 다양한 시너지가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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