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5일 합친 가격보다 주말 이틀 임대료 더 높아
팝업스토어 열풍 지속될 듯 …홍보 효과 커

컨슈머타임스=김유영 기자 | "버버리 팝업스토어 단기 임대요? 한 주에만 2억원 넘을 거예요. 하루로 계산하면 3000만원이죠" (성수동 연무장길 인근 공인중개사 A씨)
서울 성동구 성수동 팝업스토어 임대시장이 뜨겁다. '억'소리 나는 주 단위 임대료에도 내년 초까지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불티'나게 예약 전쟁 중이다. 임대수요가 늘어나자 임대료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팝업 스토어는 제품의 홍보나 다른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운영되는 매장이다. 성수동은 크게 아뜰리에 길이 있는 성수동 1가, 연무장길과 성수동 카페거리가 있는 성수동 2가로 나뉜다. 이중에서도 주요 상권이 되는 곳은 연무장길이 있는 성수동 2가다.
업계에 따르면 인기가 높은 연무장길 메인 대로변은 내년 1월까지 단기 임대 스케줄이 거의 찼다. 성수동2가 인근 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소 두 달에서 세 달 전에는 컨택해야 업체가 원하는 날짜에 (팝업스토어) 임대가 가능하다"며 "미리 선점해놓는 업체가 많아서 군데군데 빈 날짜라도 스케줄 조정해서 들어오겠다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수동에서 열리는 팝업스토어 및 팝업 전시는 월별 추산 적게는 50개에서 많게는 100개에 이른다. 기자도 지난 10월 한 달간 성수동 팝업스토어, 팝업 전시를 하루 2-3개씩 다녀도 매번 새로운 현장을 갈 수 있을 만큼 많았다. 버버리·샤넬·자크뮈스·동대문엽기떡볶이·종가김치·네이키드 몰트 등 식품, 의류, 화장품, 주류 등 분야 상관없이 대기업 행사뿐만 아니라 럭셔리 명품 업체까지 그야말로 성수동 '팝업 시대'가 왔다고 해도 무방했다.
많은 사람들이 매번 '새로운 옷'을 입는 공간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을 때, 연무장길 곳곳에는 팝업 단기 임대 문의가 적힌 팻말과 플래카드, 홍보물 등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자 팝업 쇼룸 임대만 중개하는 전담 업체까지 등장했다. 인근 공인 중개업소들도 주택, 상가 매물보다는 '팝업 문의'를 크게 써서 업장에 붙여 놓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주택시장 경기 침체 분위기와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팝업스토어 단기 임대는 상가주택, 다가구 주택, 창고 등을 개조해 선보이고 있다. 임대물건은 위치와 규모, 평형, 장·단기 계약, 주중·주말, 비·성수기 등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10평 미만은 일주일에 350만원, 300평 단위의 큰 면적을 빌리면 한 주에 2억원 이상으로 올라간다.
인테리어 공사 기간도 고려해 단기 임대를 해야 하므로 밤샘 설치 작업을 하는 곳도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시설물을 설치하고 원상 복귀하는 철거 작업 기간까지 임대료가 나가기 때문에 하루 이틀 꼬박 매달려서 작업을 끝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말 임대료가 주중에 비해 2배 이상 뛰어오른 곳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말(토,일요일) 이틀 빌려도 주중 5일 빌린 것보다 비쌀 수 있다"며 "그만큼 주말에 유동인구가 훨씬 많으니 임대료가 오르는 게 맞지만 그걸 감안해도 높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비싼 임대료에도 성수동의 팝업 스토어 열풍은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수익형 부동산 한 업계 관계자는 "성수동 단기 팝업스토어는 홍보 효과가 큰 게 사실"이라며 "부지 매입과 기타 준비 비용 보다 오히려 단기 임대가 부담이 적어 기업들이 마케팅 비용으로 쓸 수 있는 한에서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동은 일반 주거지역에 비해 약 2배 정도의 용적률을 받을 수 있는 준공업지역으로, 건물 매매 및 임대 수익률이 높아짐에 따라 매물 거래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성수동에서 일어난 상가주택, 토지, 원룸 다가구, 단독주택, 건물의 거래 건수는 총 28건으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24건), 논현동 (22건) 보다 많았다.
일부 법인들도 성수동에 사옥을 짓거나 투자용으로 건물을 사들이고 있다. 최근 아모레 퍼시픽은 성수동 연무장길에 있는 가죽업체 '건영피혁' 건물을 역대 최고가로 매입했다. 3.3㎡당 2.5억원으로 매매가 317억원에 달했다. 건영피혁이 2008년과 2014년도 두 번에 걸쳐 3.3㎡당 2100만원 수준으로 샀기 때문에 2.5억원과는 무려 10배 이상 뛴 셈이다. 지난 10월,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연무장길에 있는 '무신사캠퍼스E1'을 1115억원에 팔았다. 토지를 매입해서 신축한 뒤 4년 만에 895억원 매매차익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