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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美 월스트리트 금융자본 규탄시위가 국내로 옮겨 붙었다.
금융당국의 무능함과 금융정책의 체질개선을 골자로 한 대규모 시위가 예고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이 연말 '성과급 잔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사실상 불을 질렀다.
사태가 국내 금융소비시장 전체로 확산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어 금융권을 긴장의 도가니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 "피해를 보는 것은 오직 소비자들"
금융소비자 권리찾기 연석회의와 금융소비자협회, 투기자본감시센터는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5일 오후 2시 '여의도 금융가 점거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15일은 월가점령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 '함께 점령하라(Occupy Together)'를 통해 벨기에 브뤼셀, 영국 런던, 스위스 취리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25개국 400여개 도시에서 연대 시위가 예정된 날이다.
국내 금융소비자들 역시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금융시장 비토대열에 합류하는 셈이다. 단초는 금융권이 먼저 제공했다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올해 20조원에 가까운 사상 최대 규모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협과 수협을 포함한 18개 은행은 상반기까지만 10조원의 당기순이익을 가볍게 달성했다. 이들 은행의 역대 최대순이익은 2007년 15조원이었다. 예대마진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돼 소비자들의 뒷맛이 개운치 않다.
연말 회계결산 이후 예년보다 많은 성과급이 지급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각 은행들이 지급액수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정확한 액수나 월 급여대비 비율은 오리무중이다.
증권사 62곳의 1분기 순이익은 793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74.7% 증가했다. 세계경기 불황에 따른 폭락장이 발목을 잡았지만 공포에 질린 개미들이 단타매매에 나선 덕분에 수수료 수입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은행과 증권사의 수익이 국내 금융소비자들의 '쌈짓돈'과 교차점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기에 무리가 없다.
'여의도 금융가 점거운동'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에서는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 분노한 미국 시민의 점거 투쟁이 한창"이라며 "금융자본이 단기간 고수익을 창출하고자 투기 경영을 해 피해자를 양산하는 상황은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를 보는 것은 오직 소비자들이다. 금융에 정의가 필요하다"라며 "금융자본의 탐욕 자체를 규제함과 더불어 이들과 결탁해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을 저지르고 사욕을 채우는 금융 관료를 엄벌하고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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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거들었다.
자유선진당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IMF 환란시절, 국민 혈세 170조원으로 간신히 살아남은 금융권이 벌써부터 연말 성과급 잔치를 질펀하게 벌일 생각에 들떠 있다"며 "시시각각 닥쳐오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성과급을 유보하고 내부 유보금으로 비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은행들 순이익의 85%는 예대마진에 의해 저절로 굴러 들어온 서민의 고혈로 거둔 수익"이라며 "국내 금융권의 탐욕은 시위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미국 월가보다도 더하다"고 쏘아 붙였다.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은행은 사채업자가 아니다. 은행이 최대수익, 다른 일반 회사처럼 최대수익을 초과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은행에 대해서 사회가 기대하는 금융의 공공성을 (은행들 스스로가) 지켜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금융권에 쌓여있던 소비자들의 감정이 맹렬히 뿜어져 나오고 있는 상태여서 향후 금융소비자보호원과 같은 단체설립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