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이찬우 기자 | 매년 소비자들은 '성수기'라는 이유로 평소와 똑같은 숙소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수요와 공급법칙에 의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를 악용해 무지막지한 가격표를 다는 판매자도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여행 시장에 합리적인 트렌드가 등장했다. 소위 '얼리 휴가족' 또는 '이른 휴가족'이라 불리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성수기를 피해 그보다 이른 시기에 휴가를 가면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주변의 번잡함도 줄일 수 있어, 최근 많은 소비자들이 이른 휴가를 준비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 국민 출국자수 통계를 살펴보면 2015~2019년 기간 동안 6월 한국 국민의 월별 출국자수는 연평균 12.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연도별 연평균 증가율인 8.3%를 뛰어넘는 수치로, 대표적 성수기인 7월(9.5%)과 8월(5.8%)의 증가율보다도 높았다.
이러한 추세는 지난 4월 제주항공(대표이사 김이배)이 자체 SNS를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응답자의 42%가 여름 성수기인 7~8월을 피해 5, 6, 9, 10월에 휴가를 떠날 계획이라고 답했다.
특히 성수기를 피해 휴가를 떠나겠다고 응답한 52%가 "여름 성수기(7~8월)의 여행 비용이 비싸서 해당 시기를 선택했다"고 답변했다.
실제 여행 플랫폼 '야놀자'를 통해 6월과 8월의 그랜드 하얏트 제주 숙박비(평일 기준)를 비교해보면 8월이 약 7만원 더 비싸다.
항공권도 포털 비교사이트 최저가 기준 제주도 편도 비용이 약 6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왕복으로 계산하면 10만원 이상의 돈을 더 내야하는 셈이다.
숙박, 항공 비용만 단순 계산해도 차이가 크지만, 성수기에는 다양한 레저상품, 먹거리, 렌트카 등도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성수기에는 비성수기 대비 많게는 수십만원까지도 비용을 더 지출해야 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리오프닝으로 인해 늘어난 항공 여행 수요가 경기침체 속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트렌드와 맞물리며 성수기보다 빠른 시기에 휴가를 떠나는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항공, 여행 업계도 '얼리 휴가족'을 위한 혜택들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6월 휴가를 계획하는 고객들을 위해 몽골 울란바토르, 베트남 호찌민, 일본 오이타 노선에 대한 항공권 프로모션을 오는 31일까지 진행한다.
코오롱 리조트 앤 호텔은 얼리버드족을 위해 물놀이장 이용권부터 인원 추가비 면제 등 여름철 무더위를 날릴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보인다. 특히 6월은 7~8월에 비해 최대 77% 할인된 가격을 제공한다.
야놀자는 5월 중 국내 숙소를 2회 이상 이용하면 오는 6월 5일부터 30일까지 투숙 시 사용 가능한 국내 숙소 최대 2만원 할인 쿠폰을 발급해준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여행만큼은 합리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고객 혜택을 강화한 프로모션을 지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