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건설업계가 고금리와 주택거래 하락세에 미분양과 줄도산 위기에 대한 대안을 요구하자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과 경기 4곳을 제외한 규제지역을 해제하는가 하면 미분양 주택 PF 대출 보증 상품도 제시했다. 문제는 이같은 대책의 효과가 언제쯤 나타나느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로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책을 발표했다.
이날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조정안은 서울과 경기도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 4곳을 제외한 규제지역 해제였다.
경기도 수원, 안양, 안산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수지·기흥, 동탄2 총 9곳의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고, 경기도 22곳, 인천 8곳, 세종 등 총 31곳의 조정대상지역이 해제됐다.
이에 규제지역은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 등 경기 4곳만 남은 상황이다.
정부는 서울은 주변지역 파급효과, 개발수요, 높은 주택수요 등을 감안해 규제지역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경기도는 서울과 연접해 집값 수준과 개발수요가 높고 서울과 유사한 시기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4곳에 한해 규제지역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부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결국 최근 빚어지고 있는 레고랜드 채무불이행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건설업계와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미분양 증가 등 주택공급 기반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다.

이번 대책에서는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와 더불어 10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보증을 추가 공급하는 등 정상 추진 중인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공적 보증도 강화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유동성 위기로 통상적으로 건설사업자가 사업비 일부를 PF 대출로 조달 후 수분양자로부터 받는 중도금 등으로 잔여 공정을 수행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었다. 미분양 발생 시 유동성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미분양 주택 PF 대출 보증 상품'을 만들어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에도 PF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HUG와 주택금융공사(HF)의 PF 대출 보증 지원 중 중소형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하는 PF보증을 10조원까지 늘리고 심사요건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발간한 '부동산PF 위기 원인 진단과 정책적 대응방안'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달 10일부터 28일까지 전국 건설업체 1만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40개 업체의 233개 건설현장 가운데 31곳(13.3%)이 중단됐거나 지연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이 완전히 멈춘 곳도 9곳에 이르렀고,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는 현장도 22곳에 달했다.
이같은 상황은 주로 PF를 실행하지 않거나 공사비 인상거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건산연의 분석이다.
건설업계의 자금난 우려가 이미 현실로 드러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PF 부실화 관련 대책이 금융시장 안정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정주 건산연 경제금융연구실장은 "최근까지 이어진 부동산시장의 우호적 흐름이 외부적 여건의 급격한 변화로 달라지면서 최근 부동산PF의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며 "국내 부동산PF는 브릿지론-본PF-집단대출이라는 단계적 대출 및 상환 구조와 시공사의 신용보강 이 담보가 되는 담보대출적 성격이 주된 특징"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국내 부동산PF가 이러한 구조를 가지는 주된 이유는 △시행주체의 영세한 자본력 △부동산PF사 업 자체가 가진 고수익·고위험성 △소요자금의 대규모성 때문이며, 부동산PF에 대한 위기감이 현재 팽배해 있는 주된 이유는 최근 금융시장에서 관찰되는 불안정성 때문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보고서에서는 공사가 중단 또는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15개 업체가 복수응답을 했다. 이 가운데 PF 미실행(66.7%)과 시행사의 공사비 인상거부(60.0%)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아울러 중단됐거나 지연된 현장의 조기(1~2개월 이내) 정상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응답업체 18곳 가운데 66%가 '낮다'는 답을 내놓았다.
응답업체들이 수주 받은 공사금액은 모두 8조4934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공사가 진행됐는데도 받지 못한 공사대금도 8007억원(9.4%)에 이르렀다. 아울러 자금 상태가 이전에 비해 최근 악화됐는지 여부에 대해 응답한 25개 업체 가운데 84%가 '그렇다'로 답해 심각한 현실을 나타냈다.
건설사들은 PF 진행과정에서 책임준공이나 연대보증, 채무인수 등과 같은 여러 형태의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는데, PF가 부동산개발사업의 사업성을 평가해 담보로 삼고 금융을 일으킨다는 원칙을 벗어나 건설사의 신용보강을 기초로 실행되는 일종의 '담보대출'로 이용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부동산개발사업 인허가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브릿지론'의 경우 건설사40개 업체가 운영하는 233개 사업장 가운데 28곳(12%)가 건설사의 신용보강을 받고 있었다.
김정주 실장은 "응답결과를 분석했을 때 부동산PF시장에서의 부실위험이 건설사의 부실위험으로 옮겨지고 있는 초기단계로 판단된다"면서 "최근의 부동산 PF 위기 원인을 이해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건설시장과 부동산PF시장, 부동산시장을 종합적으로 보고, 그에 맞는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