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단골' 공포영화…인기 이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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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단골' 공포영화…인기 이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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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06월 02일 0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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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어김없이 극장에 걸리는 영화들이 있다. 공포영화다.

올해 여름에도 한국 공포물 '여고괴담 5:동반자살'을 비롯해 샘 레이미 감독의 '드래그 미 투 헬'과 오 컬트 무비인 '메디엄', 일본의 대표적인 공포물 시리즈인 '주온' 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매년 여름 극장가는 블록버스터 영화와 함께 공포물의 수준에 따라 흥행성적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가 튀기고, 비현실적인 유령이 등장하는 이러한 공포물이 꾸준한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얼까.

◇올해 여름도 공포물 '풍성' = 한국판 학원 공포물의 대명사인 '여고괴담'의 5번째 작품인 '여고괴담 5: 동반자살'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지난 1∼4편에서 입시 경쟁, 집단 따돌림, 동성애 등을 다뤘다면 여고괴담이 이번에 선택한 소재는 동반자살이다.

1982년 '이블데드'이후 20여년만에 공포물에 도전하는 샘 레이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드래그 미 투 헬'도 기대작이다.

'이블데드'라는 공포영화의 고전을 만든 레이미 감독이 어떤 변화를 보였을지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11일 개봉한다.

이밖에 남상미ㆍ류승룡의 호러 스릴러 '비명', 유승호ㆍ김소은이 출연하는 '4교시 추리영역', 박한별, 조은지, 차수연이 출연하는 '요가학원' 등도 개봉 대기중이다.


◇유구한 역사의 공포영화 = 공포영화는 흔히 스릴러 영화라고도 한다. 유령ㆍ요괴ㆍ괴물이 등장하는 괴기(怪奇)영화, 초자연적ㆍ마술적ㆍ신비적인 '영혼재래'(靈魂再來) 등을 소재로 한 오컬트영화(Occult film) 등이 있다. 또 살인이나 범죄를 소재로 한 스플래터 영화(Splatter movie: 피가 튄다는 의미), 이상한 사태에 직면한 인간들의 혼란과 고통을 그린 SF영화, 충격적인 공포와 전율에 역점을 둔 호러영화(horror picture) 등도 이에 속한다.

공포영화는 독일 무성영화의 귀재 무르나우 감독의 '흡혈귀 노스페라투'(1922)이후 꾸준히 제작돼왔다. 1930년대 드라큘라 시대를 거쳐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에는 추리소설에 기반을 둔 공포물이 양산됐다.

특히 1960-1970년대는 공포영화의 황금기였다.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1960)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공포물의 대표 주자 마리오 바바 감독의 '블랙사바스'(1962),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 '엑소시스트'(1973.윌리엄 프레드킨)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공포영화가 양산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이로써 공포영화는 1960년대이후 메이저 영화 혹은 B급 무비로서 현재까지 영화 장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유 있는 공포물의 인기 = 공포영화가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은 다양한 형식적 실험과 사회성을 담아내는 주제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어왔다.

예컨대 좀비 영화의 장을 연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1960년대 당시 불안한 미국인의 심리를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트남 전쟁, 문화대혁명, 냉전체제의 대립으로 촉발된 사회불안을 좀비의 공격에 우왕좌왕하는 인간의 모습과 빗대면서 사회 불안 현상을 제대로 조명했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대인의 불안한 삶을 조명하는 데 공포라는 주제는 효율적이다.

이를테면 일본 공포영화 '링'(1998)은 TV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인에게 기계주의가 가져다주는 공포감을 포착했고,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1997)와 같은 스플래터 무비는 10대 청소년들이 어른들에 대해 갖는 불만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평론가인 심영섭 씨는 "자기 통제를 벗어난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공포영화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예술"이라며 "대리 만족과 인간의 원형적인 측면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공포물은 멜러영화, 코미디와 함께 영원히 유지될 장르"라고 말했다.


◇한국 공포영화의 현주소는 = 멀게는 무성영화 '장화홍련'(1924)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한국 최초의 공포영화는 1965년 이용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살인마'라는 게 영화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공포영화의 포문을 연 작품은 권철휘 감독의 '월하의 공동묘지'(1967).

'월하의 공동묘지'는 소복 입은 귀신이 등장해 복수혈전을 벌인다는 내용으로 1990년대까지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한국 공포영화의 젖줄과 같은 존재다.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공포영화의 소재도 다양해졌다. 사회적 억압의 시작인 학원(여고괴담)에서부터 군대(알포인트), 일상생활(아파트), 육아를 책임진 여성(4인용식탁), 성형수술(신데렐라) 등 사회적 억압이 이뤄지는 공간을 다루는 공포물이 만개한 것.

그러나 한국 공포영화가 세계적인 공포물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산적해있다는 지적이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스토리, 정서적 흡입력, 형식과 내용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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