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비바생명이 고객의 계약 해지 요구를 묵살한 채 보험료를 무단 인출 한 것으로 드러나 기업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아비바 측은 납입된 보험료를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서둘러 사건 진화에 나섰으나 과거 유사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업체 측의 행태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 "소비자 허락 없이 돈 빼갔다면 실수 아닌 범죄"
안모(대구시 달성군)씨는 지난해 9월 우리아비바생명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보험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텔레마케팅이었다.
안씨는 당초 아내와 상의한 뒤 결정하겠다는 말로 보험 계약 제안을 거절했다. 판매원의 끈질긴 설득은 계속됐다. 안씨는 "14일 내에 해지 의사를 밝히면 보험료는 환급된다"는 판매원의 설명에 결국 보험에 가입했다. 해당 월의 보험료도 계좌를 통해 빠져나갔다.
매달 빠져 나갈 20여 만원의 보험료가 부담스럽다고 판단한 안씨는 며칠 뒤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더 생각해보고 결정해도 된다"는 판매원의 말에 안씨는 해약 의사를 거듭 밝혔다.
해지 처리를 마친 안씨는 앞서 우리아비바에 납부한 보험료도 돌려 받기로 했다.
그런데 최근 통장정리를 하던 안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환급은커녕 안씨도 모르는 사이 보험료는 매달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는 즉시 상품을 판매한 업체 지국에 보험료 무단인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국 담당자는 "직원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며 "일개 직원의 실수를 회사 잘못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응대했다.
안씨는 "기업이 소비자의 통장에서 허락 없이 돈을 빼갔다면 이것은 실수가 아닌 범죄"라며 "미안한 마음도 없이 문제를 가볍게 넘기려는 담당자의 태도에 더 기가 막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험회사의 보험료 무단인출로 인한 피해자는 비단 안씨뿐만이 아니었다.
라이나생명 고객인 전씨는 업체 측의 추가 상품 가입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전씨도 모르는 사이 보험료는 5개월간 계좌 자동이체를 통해 빠져나갔다.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전씨는 보험료 환급을 위해 소비자단체에 도움을 구할 수 밖에 없었다.
동양생명 예금 상품에 가입한 김모씨도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업체 측이 예금 금액을 올려 무단으로 돈을 빼내간 것이다.
포털싸이트 게시판, 소비자단체 홈페이지 등에서는 앞서 언급한 사례와 유사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글이 어렵지 않게 확인됐다.
우리아비바생명은 문제 사실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안씨는 텔레마케팅을 하는 대리점을 통해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며 "해지 처리나 대리점 직원의 고객 응대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 우리아비바 고개 '푹'…"보험료 환급"
또 "대리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 하고 있지만 본사의 방침을 100% 따라주지 않는다"며 "민원이 발생할 때 마다 시정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납입된 보험료는 환급처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료로 빠져나간 돈을 그간 사용하지 못한 데 따른 기회비용 등도 보상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보험료만 환급된다"고 잘라 말했다.
소비자 일각에서는 보험회사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한 소비자는 "보험회사들이 고객 통장을 마치 자신들의 돈주머니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문제가 발생할 때 마다 '실수'라고 둘러대는 모습에 더욱 화가 난다"고 불쾌해 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지난 1월 발표한 '2010 금융 분쟁 현황'에 따르면 우리아비바생명은 생명보험 업체 중 금융 분쟁이 가장 많은 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보유계약 100만 건 당 분쟁발생건수가 522건에 달했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