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송되는 휴대전화 '스팸문자'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직장인 장모씨. 최근에는 그 빈도가 크게 늘어 통신사에 도움을 요청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다행히도 통신사는 '스팸문자'를 걸러주는 프로그램을 개발, 무료로 보급중이었다. 휴대전화에 특정 프로그램을 다운받은 후 전화번호나 단어를 입력하면 이후 관련 메시지가 자동으로 차단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장씨의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스팸문자 발송업체가 주기적으로 메시지 내용을 교묘히 변경해 기존 설정된 '차단단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회사 업무를 보는 낮 시간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밤중에 전송되는 스팸문자로 인해 잠을 설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혹시나 급한 전화가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꺼놓지도 못한다"고 분개했다.
◆ '대♥리', '대◆출', '입v금'… 수법 교묘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무분별하게 전송되는 각종 휴대전화 스팸문자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
SKT, KT, LG유플러스와 같은 국내 통신사들은 사용자들의 불만을 염두에 둔 듯 저마다 스팸문자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개발, 무료로 서비스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를 비웃듯 스팸문자의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
각 통신사들은 사용자가 특정 단어나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문자가 전송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단말기에 탑재돼 있는 스팸방지 기능의 '확대판'이라고 보면 무리가 없다.
가령 사용자가 '대리'를 스팸문자로 등록하는 경우 이때부터 '대리'가 포함된 모든 문자메시지는 사용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우후죽순식으로 늘고 있는 대리운전 업체의 홍보성 문자를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다.
그러나 '대~리' 혹은 '대♥리'와 같은 형식으로 업체가 문자를 발송할 경우 차단시스템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구멍'을 노린 상당수 업체들은 실제 '이모티콘' 등을 곁들이는 수법으로 정상적인 단어를 변형, 발송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언급한 '대리' 외에도 '대◆출', '입v금', '이벤토'(이벤트), '현끔'(현금) 등 스팸문자에 주로 사용되는 단어들의 변형사례는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발송업체가 발송번호를 무작위로 조작하는 경우까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통제장치가 없다는 의미다. 사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통신사들의 이미지마저 훼손하고 있으나 이렇다 할 해결책은 전무한 상태다.
◆ "덮어놓고 '동의함', 주의 기울여야"
A통신사 관계자는 "스팸문자를 걸러낼 수 있는 일괄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으나 정상적으로 주고받는 문자가 전송되지 않는 피해가 발생될 수 있다"며 "통신 전반에 심각한 수준의 후유증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열 포졸이 한 도둑을 못 잡는다는 말도 있지 않느냐"며 "정부와 (통신사가) 협력해 계속적으로 스팸문자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휴대전화에도 스팸문자는 끊이지 않는다. 막을 방법이 없다"며 "국내 스마트폰은 물론 모토로라나 엑스 페리아와 같은 외국산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스팸문자를 근절시키는) 기술이 개발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사용자의 개인정보 관리 부주의를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C통신사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다 보니 온라인 상으로 여기저기 회원 가입을 할 때 덮어놓고 '동의함'을 클릭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는 십중팔구 휴대전화번호나 집주소 등을 활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소비자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