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탄올 양주' 마셨나? 왜 이리 머리가 아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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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탄올 양주' 마셨나? 왜 이리 머리가 아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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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07월 23일 2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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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마시지 않은 술에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왜 호흡이 가쁜가 했더니..."

부산지방경찰청이 23일 적발한 가짜양주 제조.판매 일당은 그동안 가짜 양주 제조에 주로 사용하던 국산 저가 양주 대신에 병원 수술용 기구 소독 등에 주로 사용하는 시험용 에탄올을 다량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에탄올을 사용한 데는 가격이 국산 저가 양주보다 훨씬 저렴해 그만큼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짜 양주 제조에 많이 사용하는 국산 저가 양주인 N 제품과 C 제품은 출고 가격이 360㎖ 기준 4천∼5천원 대. 하지만, 시험용 에탄올은 18ℓ에 5만 원에 불과해 국산 저가 양주와 비교하면 4배 정도 가격이 싸다.

  
 



이들 가짜 양주 제조업자는 에탄올, 저가 양주, 색소의 비율을 50대 47대 3의 비율로 섞어 가짜 양주를 제조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과거의 가짜 양주는 대부분 국산 저가 양주에다 진품 원액 일부, 색소 등을 혼합해 제조됐지만, 이번의 가짜 양주에는 진품 원액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저렴한 에탄올이 사용됨에 따라 이들이 만든 가짜 양주는 진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자 당(450㎖ 6병) 6만 원(진품은 12년산 13만8천 원, 17년산 21만 원)의 헐값에 판매됐다.

문제는 에탄올이 다량 들어감에 따라 인체에 심각한 유해를 줄 수 있다는 데 있다.

경찰은 시험용 에탄올을 다량 섭취하면 저체온과 발열, 구토, 호흡곤란, 시각장애에 이어 심하면 경련, 혼수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깨지도록 아프거나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호흡이 곤란하면 에탄올 가짜 양주를 마셨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부산시 보건과 관계자도 "관련법상 양주에는 곡물의 전분으로 발효시킨 주정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라며 "아무리 시험용이라 하더라도 불순물이 섞여 있을 수 있어 식품원료로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에 적발된 가짜 양주의 유통지역은 부산과 대구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의 노래주점에 공급된 것으로 나타나 시민이 유해 가짜 양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업소에서도 가짜 양주란 사실을 알고 공급받고, 주로 심야시간대 만취 손님들에게만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을 현장 지휘한 경찰 관계자는 "심야 노래주점에서 추가로 시킨 양주는 전부 가짜로 보면 된다"라며 "주조회사에서 위조방지책으로 만든 원추모양의 속 뚜껑 등은 가짜 양주 제조업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인 만큼 믿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거래장부가 없어 정확한 제조 규모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증거물로 압수한 양이 얼마 되지 않은 점에 비춰볼 때 시중에 에탄올을 섞은 가짜 양주가 여전히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주의를 당부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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