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무게감은 여느 사외이사들과 차별화되는 분위기다. 배로 따지면 '조타수' 역할의 상당부분을 금호가 박 부회장에게 맡긴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금호 측 역시 강한 긍정으로 여기에 힘을 더하고 있다. 과거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 놓였던 팬택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은 박 부회장의 '노하우'에 단순한 기대를 뛰어넘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 거듭된 '고사' 끝에 금호타이어 '승선'
금호타이어(이하 금호)는 지난 14일 오후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박병엽 팬택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을 비롯 채권단으로부터 팬택의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점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팬택 역시 워크아웃을 진행중인 회사라는 점은 박 부회장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로 인해 박 부회장은 금호 측의 거듭된 '러브콜'을 여러 차례 고사했으나 간곡한 설득 앞에 결국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자기집안살림 돌보는 것과 더불어 남의 집안살림까지 챙겨야 하는 '바쁜' 상황을 염두에 둔 박 부회장의 고민이 엿보인다.
금호가 바라본 박 부회장의 매력은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위기관리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 박 부회장은 2006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팬택을 2010년 9월 현재 국내 시장 2위 자리에 까지 올려 놓는 저력을 발휘했다. 스마트폰 '베가', '이자르' 등이 그의 '히트작'이다. '10분기 연속 흑자'라는 기염도 박 부회장의 손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부회장이 금호 측의 '낙점'을 받은 이유는 또 있다. 팬택의 회생을 위해 보유한 주식과 사재를 과거 스스로 내놨던 '저돌성'에도 높은 점수가 매겨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가 처한 현재 상황은 밀리면 추락하는 '절벽' 끝자락이다. 조금씩 발 끝에 힘을 넣어 위기를 모면하고 있는 상황이 주식 상승곡선을 통해 방증되고 있으나 보다 확실한 버팀목이 필요한 시점임에 재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 "고위임원들, 박 부회장 이사 선임 대 찬성"
발끝에서 온몸으로 힘을 전달시켜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추동력은 금호 내부에서 응축된 '한번 해보자'는 결속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앞서 언급한 '저돌성'과 상당부분 중첩되는 대목으로, 박 부회장이 금호 측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맞춤형 '경력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호 측은 박 부회장에 대한 기대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한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데다가 이를 극복하기까지 했다"며 "경영능력이 증명된 것으로, 이 부분을 높이 사 이사로 선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금호) 고위임원들 사이에서 박 부회장의 이사 선임에 대해 대 찬성의 분위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금호의) 빠른 경영정상화를 위한 외부 수혈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의 검증된 능력이 수술대 위의 금호를 어떤 식으로 재활시켜 나갈 지 업계의 눈과 귀가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