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가속도…금융권 빅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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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 가속도…금융권 빅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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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인터넷뉴스팀] 정부가 6년 묵은 숙제인 우리금융지주[053000] 민영화를 위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8월 초 우리금융 매각 주관사 공고를 내는 등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들어간다.

이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1분기 중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상반기 중 계약서에 최종 사인을 할 전망이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누가 우리금융의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금융권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외환은행 매각, 산은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의 민영화 등과 맞물리면서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론이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6년 묵은 숙제..우리금융 민영화 본격 시동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은 2004년 9월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 지분 5%를 시장에 매각(블록세일)하면서 사실상 시작됐다. 예보는 2007년 6월 5%, 2009년 11월 7%, 올해 4월 9%의 지분을 팔아 보유 지분율을 57%까지 낮췄다.

차일피일 미뤄졌던 민영화 작업은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연초 "상반기 중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고 공자위 의결 시기가 6월 중순, 6월 말, 7월 중순 등으로 수차례 연기될 정도로 산고를 겪었다.

공자위가 이날 제시한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은 일정 지분 이상의 매각 또는 합병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금융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우리금융과 묶어 팔지만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분리해 50%+1주 이상을 매각하기로 했다.

민상기 공자위 민간 공동위원장은 "최대한 많은 투자자가 입찰에 참여하도록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에 지분 매각과 합병을 모두 포함했지만, 민간의 책임경영이 가능한 방안을 우선 고려해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은 매수 희망자들이 투자제안서에 어떤 방식으로 사겠다는 의견을 담으면 이를 토대로 가장 유리한 곳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인수.합병(M&A) 시장의 특성상 우리금융을 매각하는 쪽에서 먼저 패를 보여주면 가격 협상 과정 등에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을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2년 서울은행과 조흥은행의 매각을 발표할 때도 `매각 또는 합병', `4% 이상 지분 매각'이라고만 밝혔다.

정부는 우리금융의 민영화 완료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잡았다. 이를 위해 8월 초 매각 주관사 선정 공고→9월 초 주관사 선정→10월 우리금융 매각 공고 및 입찰→12월 예비 우선협상대상자 3~4곳 선정→내년 1분기 우선협상대상자 1곳 선정 등의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지분 매각과 합병 중 정부 선택은
우리금융 민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민 위원장은 "우리금융의 정부 보유 지분을 30% 이내로 낮추는 게 민영화의 취지에 맞다"며 "공개 경쟁 입찰인 만큼 지분 매입 규모가 크고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이 우선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로서는 전략적 투자자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지배 지분을 파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인 50%+1주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팔 때 매각 가격은 7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정부 보유 지분(56.97%) 중 절반인 28.5%만 팔아도 3조5천억∼4조원이 드는 데 이런 자금능력을 보유한 곳이 많지 않다.

관련 법에 따라 다른 금융지주사가 우리금융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지분 100%를 사들여야 한다. 산업자본도 금융지주사의 지분을 9% 이상 보유할 수 없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팔기란 사실상 어렵다.

지분을 5∼9%씩 쪼개 파는 것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취지에 맞지 않아 정부가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따라서 금융지주회사 간 주식 맞교환에 의한 합병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우리금융과 다른 금융지주사가 서로 주식을 바꿔 `대등 합병'하는 방안으로, 인수할 때 자금이 많이 필요없다.

우리금융의 몸값을 고려할 때 인수 희망자 입장에서는 자금 부담이 덜한 이 방법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도 이 방안이 민영화 시일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일 KB금융(자산 325조6천억원)과 우리금융(325조4천억원)을 합병하면 자산규모가 650조원을 넘어 아시아 9위권의 금융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196조원)을 합치면 자산규모가 521조원으로 KB금융과 신한금융(313조4천억원)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선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인 은행 대형화 규제 흐름과 맞지 않고, 합병 이후에도 우리금융에 정부 지분이 20~30% 남는다는 점에서 `무늬만 민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따라서 민영화에는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측면에서는 큰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우리금융을 어떤 방식으로 민영화할지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M&A 대전 예고..메가뱅크론 재점화 가능성
우리금융이 어떤 방식으로 민영화되더라도 금융권의 지각변동을 몰고 올 전망이다.

현재로선 하나금융이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M&A 대상으로 우리금융을 1순위로, 외환은행을 차순위로 꼽고 있다.

KB금융도 우리금융 인수 후보로 꼽힌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최근 M&A에 대해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지만 금융권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우리금융이 매물로 나오는 만큼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는 곳은 외환은행과 산은금융지주, 기업은행으로 눈길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동안 수면 아래로 다시 잠복한 메가뱅크론이 우리금융 민영화를 계기로 다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은행 대형화 규제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은행은 해외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임기가 2년 반가량 남은 상황에서 정치적인 변수와 '변양호 신드롬', 노조의 반발 등을 극복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변양호 신드롬은 2003년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했던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까지 받은 이후 관가에서 책임이 뒤따르는 정책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을 말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은행 매각 때마다 `헐값 매각'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에 책임지고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할 정부 측 인사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당장 다음 달부터 매각 작업이 시작되더라도 현 정권의 임기 내에 마무리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노조에서는 우리금융을 다른 금융지주사와 합병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금융 지분의 분산 매각이나 포스코, 한국전력과 같은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를 주장하고 있다.

금융산업노동조합의 박상권 메가뱅크투쟁본부 공동위원장은 "우리금융의 주인 찾기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포스코 방식으로 하는 게 최선"이라며 "자체적으로 서명운동에 나서 바람직한 민영화 방식을 제안하고 정부가 은행 대형화를 고집하면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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