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거듭된 진통 끝에 지난 18일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 후보자로 추천했다. 김 회장은 오는 29일 주주총회 결의 과정을 거쳐 대구은행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임추위는 10개월째 공석인 대구은행장 장기 공백 상황을 우려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김 회장을 추천했다.
그러나 김 회장의 행장 겸직까지 과정이 석연치 않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DGB금융은 지난해 초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불명예 퇴진 이후 지주회장(외부)과 은행장(내부출신) 분리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김 회장도 겸직 가능성을 일축하며 내부출신 은행장을 선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주사는 후보 자격을 △금융권 임원 경력 5년 이상 △은행 사업본부 임원 2개 이상 △지주사 및 금융사(보험증권캐피탈 등) 임원 경험 등으로 제한한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이하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다.
대구은행 내부와 은행 사외이사 측은 선진화 방안에 대해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 또는 임기 연장을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내부출신 중 후보 자격을 갖춘 사람이 없고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진통이 계속되면서 지주사는 기존 금융권 임원경력(5년)을 3년으로 줄이는 등 후보 자격을 다소 완화하며 갈등 봉합에 나서는가 싶더니, 이후 자격문제를 거론하면서 오히려 겸직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김 회장이 박 전 회장의 계파를 몰아내고 권력을 독점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 DGB금융은 그동안 박 전 회장이 나온 대구상고(현 대구 상원고)·영남대 출신이 계파를 형성해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하다가 김 회장이 취임하면서 김 회장이 졸업한 경북고 출신들이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김 회장의 겸임 배경에 경북고 출신의 조해녕 지주이사회 의장과 일부 이사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 회장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은행장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순수 혈통의 차기 은행장을 양성한 후 미련 없이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임직원들과 지역사회는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들은 "대구은행 내부 인사 중에 지금도 없는 은행장 적격자가 1∼2년 후라고 생길 것인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김 회장과 DGB금융의 거듭된 말바꾸기가 화를 초래했다. 은행 안팎은 물론 지역주민들에게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김 회장의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이제부터 김 회장은 자신이 키운 논란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체계적으로 후계자를 양성하고 1년 후 아름다운 퇴진을 통해 지배구조를 완성하길 바래본다.